윤종규·조용병· 함영주 회장 뛸 때 손태승 회장 날았다
손태승 1위, 윤종규 2위, 조용병·함영주 3위..금융권 '지각변동' 가속화
(시사저널=이석 기자)
신한·우리·하나·KB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3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주가 역시 1년 만에 26.36%나 급등했다.
이 같은 사실은 시사저널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자산 및 실적 증가율과 주가, 부채, ROE(자기자본이익률) 등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4대 금융그룹의 매출은 161조5345억원에서 156조4620억원으로 3.14%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39%와 32.72% 증가한 20조3405억원과 14조886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 역시 13.92%와 10.17%를 기록했다. 최근 20년 동안 최고 실적을 기록한 국내 1000대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이 8.4%인 점을 감안해도 눈에 띄는 성과다.
4대 금융그룹 영업이익·순이익 증가율 30%대
4대 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용병·손태승·함영주·윤종규 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인사가 있다. 바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금융의 자산이나 매출, 영업이익, 주가 성장률은 4대 금융그룹 중 최하위권에 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76%와 8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 역시 10%대로 지주사 전환 이후 궤도에 안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투자자들이 화답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9510원에서 1만2700원으로 1년 만에 33.54%나 상승했다. 그래서일까. 손 회장은 최근 우리금융 자사주 매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장내 매입을 통해 지금까지 손 회장이 매입한 우리금융지주 주식만 11만8127주(0.02%)에 이른다. 5월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 투자설명회(IR)에서도 손 회장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우리금융그룹 측은 설명한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입장은 편하지 않다. 겉으로 봤을 때 실적은 나쁘지 않다. 역성장을 기록한 매출을 빼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주가 등이 대부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그룹 출범 후 처음으로 순이익이 3조원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출이 늘어났고,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예대금리차가 발생하면서 이자수익이 크게 증가한 게 최근 실적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대출로 벌어들인 이자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뺀 4대 금융그룹의 순이자 이익은 36조4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표는 CEO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저널은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자산과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부채 증가율과 ROE, 영업이익률, 순이익률, 주가, EPS(주당순이익) 등 10개 항목을 비교·분석했다. 조사는 각 부문별로 순위를 정해 1~4점의 가산점을 준 후 총합을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2019년 조사 때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31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실적과 주가, ROE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뒤를 이어 김정태 당시 하나금융그룹 회장(26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25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20점) 등의 순이었다. 불과 2년 만에 이 순위가 뒤집어졌다. 손태승 회장이 과거와는 반대로 전체 1위(30점)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자산과 ROE, 실적 부문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위(24점)를 차지했다. KB금융의 경우 4대 금융그룹 중에서 유일하게 매출이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나 주가, 부채율 역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이 4대 금융그룹 중에서 가장 낮게 나오면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을 밀어내고 아슬아슬하게 2위를 차지했다. 역대 KB금융그룹 회장 중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용병·함영주 회장의 실적 '동병상련'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각각 23점으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 등은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부채율 역시 4대 그룹 중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자산과 순이익, 주가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최근 채용비리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는 6월30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3년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 입장에서 3연임 도전이 가능해졌다. 금융권에서도 조 회장의 세 번째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거진 실적 정체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 증가율이 4대 그룹 중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면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정태 회장에 이어 함영주 회장이 새 수장에 올랐다. 함 회장이 이런 난제들을 이겨내고 안착할 수 있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쟁 영웅’ 젤렌스키는 어쩌다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나 - 시사저널
- 제주 찻집 논란의 실상은 ‘이효리 때리기’ - 시사저널
- 원숭이두창 확산 경고…‘성소수자 축제’ 2~3주 후를 주목하라 - 시사저널
- 의사가 없어 폐·심장 수술을 못 받는다 - 시사저널
- 날개 잃은 코스피 어디까지 추락할까 - 시사저널
- K리그 날개 단 이승우, ‘뛰어야 산다’ 단순 명제 증명하다 - 시사저널
- ‘앙숙’ 이준석 위기는 안철수에게 기회? - 시사저널
- ‘유통공룡’ 쿠팡, 금융업까지 영토 확장한다 - 시사저널
- 35도 넘는 폭염, 이제 일상이 된다 - 시사저널
- 폭염 예상되는 올여름 4가지 질환 조심하라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