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은 핼버스탬著 '최고의 인재들' 읽어보라

금태섭 前 국회의원 2022. 7.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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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의 In & Out] 지금 바로잡을 3가지 人事 문제

● 공정과 상식이라는 구호가 깨지는 것은 금방
● 미국인 달뜨게 한 케네디 대통령, 인사에서 최악 실수 저질러
● 인사 검증하는 한동훈 보호하려 대통령에게 부담 생기는 모순
● 지금은 잘못을 과감히 고쳐나가는 용기 낼 때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3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데이비드 핼버스탬이 쓴 '최고의 인재들'(원제 'The best and the brightest')은 케네디 대통령 시절 인사(人事)에 관한 책이다. 존 F 케네디는 미국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변화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44세에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된 그는 흠잡을 데 없는 경력을 갖추고 있었다. 주영대사를 지낸 아버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상원의원 시절 쓴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건강 문제로 어려서부터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졌는데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자원입대해 해군 함장으로 맹활약했다. 적의 공격을 받고 좌초당하자 자신도 부상했으면서 더 심하게 다친 부하의 구명조끼 끈을 입에 물고 수㎞ 바다를 헤엄쳐 구해 내기도 했다. 그는 이 일로 훈장을 받았다. 단순히 집안의 후광으로 출세한 도련님이 아니라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스스로를 증명해 낸 인물이다. 미국 대선 사상 최초로 도입한 TV토론에서는 솔직하고 직선적인 화법으로 상대 후보 리처드 닉슨을 압도했다. 미국인들은 젊음과 능력, 헌신성과 자신감에 매료됐다. 그가 당선되자 미국 앞에 탄탄대로가 놓이는 것 같았다.

굉장한 시대와 대단한 사람들이 만났다

윤석열 정부 들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왼쪽부터)가 낙마했다. [동아DB]
케네디가 뽑은 사람들도 화려했다. 국방장관이 된 로버트 맥너마라는 '과학적 관리와 효율'을 내세워 포드사의 경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사장이 된 인재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역사상 최연소로 조교수가 되기도 했다. 국가안전보좌관 맥조지 번디는 하버드대 학장 출신이다. 역시 최연소. 케네디 행정부에 들어오기 전에는 마셜플랜의 성안(成案)에 관여했다. 학창 시절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종이를 보고 읽는 척해서 교사로부터 뛰어난 에세이를 지었다는 칭찬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는 천재다.

다들 잘난 집안에 태어나 좋은 학교를 다녔으나 스스로 능력을 입증한 사람들이다.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나 인연으로 발탁된 것도 아니다. 누구도 그들의 자질이나 성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부통령이던 린든 존슨은 "굉장한 시대와 대단한 사람들이 만났다"라고 평했다. '최고의 인재들' 저자 핼버스탬은 이렇게 말한다. "그야말로 빛나는 시대였다. 말 그대로 그들은 선거에서 승리했고, 민첩하고 능숙하게 움직이며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자신감에 찬 그들이 미국을 다시 움직이도록 만들 터였다. 뛰어난 사람들이었고 힘도 있었지만 가혹하거나 무자비하지 않았으며,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었다. (…) 온 나라가 들뜬 분위기였다. 지식인들은 미국이 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노쇠한 경제계 고문들이 모인 것 같은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대가 막을 내리고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행정부가 열렸으니 말이다."

이렇듯 훌륭한 '최고의 인재들'이 어떤 업적을 남겼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미국 역사상 최대 과오로 꼽히는 베트남전 참전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과신,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한 무시, 정치적 계산 등이 무모한 계획을 만들게 했고, 잘못됐음을 깨달은 이후에도 바로잡지 못하게 했다. 핼버스탬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최고의 능력과 자질을 가진 인재들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는가. 이 책은 그 경과에 대한 면밀한 관찰 결과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인사 때문에 여론으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도 이 책에서 얻을 교훈이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인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전문성과 자질을 강조했다.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서 이끌어줄 분인지에 기준을 뒀다." "선거운동 과정부터 할당이나 안배는 하지 않겠다." 대통령이 밝힌 인사 기준이다. 따라서 인사 문제로 인한 비판에 대응하는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어딘지 억울한 심정이 느껴진다. 다른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인사를 했는데 성과를 보기도 전에 비판하는 점이 야속한 것이다. 얼마 전 논란을 빚은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 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는 발언도 그런 취지일 것이다. 검찰 출신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발탁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능력과 자질이 뛰어난데 뭐가 문제냐는 모습을 보인다. 대통령의 태도가 그렇다 보니 비판하는 쪽에서도 능력 문제에 매몰되는 경향이 보이기도 한다. 첫 번째 조각 발표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가 "전날 발표된 장관 후보자 8명 중 전문성 없는 이들이 몇 명 보인다. 1차 인선은 미흡했다"고 말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듯 전문성과 자질을 갖추었는지에만 집중하는 논의는 중요한 문제를 놓치게 만든다. 앞에서 본 것처럼 최고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도 엄청난 실수를 저지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인사 행태에는 자질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실패를 예감하게 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지적해 본다.

검찰 출신 편중 인사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 주요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포진했다. 위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 [동아DB]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 오래전에 검찰을 그만둔 사람들이 장차관급 자리에 임명되는 것은 몰라도 금융감독원장, 국정원 기조실장, 총리 비서실장 등에 현직이거나 현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검사가 대거 임명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도 총무, 인사, 법무 등 주요 포스트는 검찰 출신이다. 이렇게 되면 자칫 이너서클이 형성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이들은 대체로 검찰 특수부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건강한 상호 비판이나 견제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그러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관료들은 검찰 출신 인사들이 사적인 모임도 갖고 때때로 전화 통화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어떤 방침을 발표하면 국정원이나 금융감독원, 총리실에 있는 검찰 출신이 아닌 공무원은 이견이 있더라도 혹시 자신들이 소속된 조직의 검찰 출신 인사들과 조율이 끝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목소리를 내기 망설일 것이다. 여기에서 파생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언(多言)을 요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여당 원내대표마저 "대통령이 더 이상 검찰 출신 인사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진화에 나섰겠는가. 그런데도 대통령은 여전히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말했다.

인사 검증하는 인사들의 문제

역대 정권에서 인사 검증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임무였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업무를 법무부로 넘겼다. 미국에서 연방수사국(FBI)이 인사 검증을 하는 것처럼 대통령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출장을 다녀온 법무부 장관이 "FBI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모두 인사권자와 분리돼 객관적 사실 검증만을 수행하고 '인사에 대한 의견' 등 가치판단은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며 "인사 검증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라고 말한 것이 그런 맥락이다.

여기서도 놓치는 점이 있다. 첫째는 인사 검증에 나서는 사람들이 대통령과 지나치게 친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특수부 검사 출신에 검찰총장을 지낸 분이다. 법무부 장관도 불과 몇 달 전까지 현직 검사였고, 실제로 대통령과 같은 수사팀에 오래 근무했다. 선거캠프 시절부터 검증 업무는 모두 검사 출신이 담당했다. 과연 대통령이 원하는 인사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흠이 있더라도 '지난 정부보다는 낫다'라며 넘어가는 것은 아닐까.

두 번째는 좀 더 중요한 문제인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위상과 관련이 있다. 한 장관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며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인사 검증은 누가 하더라도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일생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모두 파헤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사가 단기간에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더욱 그렇다. 그 임무를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맡고 있으면 검증에 구멍이 생겼을 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 때문에 과거 민정수석 자리는 정치인에게 맡기지 않았다.

사적 인연에 따른 인사

7월 7일 미국 출장을 마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스1]
인사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야당과 관계가 꼬이게 된다. 그럴 때 대통령 대신 책임지고 물러나 정국을 푸는 역할을 민정수석이 담당했다. 심지어 문제가 된 그 인사의 지명에 반대했더라도 말없이 사퇴하는 것이 관례였다. 유일한 예외가 문재인 정부 때의 조국 민정수석이다. 워낙 상징적 인물이다 보니 그가 물러나는 것 자체가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는 모양새가 됐다. 결국 무리한 인사라는 여론의 비판이 있더라도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직전 정부에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많았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한동훈 장관에게 인사 검증 책임을 맡긴 윤석열 정부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 검증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대통령에게 부담이 생기는 모순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것은 한 장관이 자질이 뛰어난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문제다.

이렇다 보니 공조직이 힘을 잃고 실무자들이 풀이 죽을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공식 순방에 관여한 인사비서관 부인에 대해 "오랫동안 해외에 체류하면서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 교류 행사 기획·주관도 했다"는 입장을 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콘퍼런스 관련 업무를 조금 한 사람을 이런 식으로 옹호해야 할 때 관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선거 당시 '개 사과 사진' 참사를 일으킨 사람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대통령실에 입성하는 것을 지켜본 공무원들은 '대통령과 인연이 없는 나라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까. 공정과 상식이라는 구호가 깨지는 것은 금방이다. 대통령은 '6촌 채용' 논란에 대해 "열심히 함께 선거운동을 해온 동지"라서 문제 되지 않는다는 태도다. 대부분의 정치인들도 선거 때 친척들의 도움을 받지만 그들을 공식 직책에 채용하지는 않는다. 다른 직원들이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도 선거 때 인척 동생이 와서 정말 열심히 도왔다. 당선된 후 의원실에 들어오고 싶어 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보좌진으로 일할 사람들이 눈치를 보게 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공과 사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 결과 반대의견 비율이 더 높다는 지적을 받자, 여론조사에 따르는 것보다는 지도자의 결단과 철학이 중요하다는 답변을 했다. 국정의 지휘자가 최종 결정에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는 당연히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전직 대통령들이 재임 당시 난감한 문제 앞에서 몸을 사리고 뒤에 숨는 모습을 보인 것과 대비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면이 지나쳐 모든 문제를 리더의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더라도 외교, 경제, 사회 등 복잡한 현대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항상 정답을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직 인사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전문성과 자질이 뛰어나도 실수나 시행착오를 저지를 수 있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만 내각과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기관을 구성하면 잘못을 교정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다. 때로는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의견이 묵살된다. 그러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지기도 한다. 핼버스탬이 '최고의 인재들'을 통해서 말하고자 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인재풀을 다양화하고 때로는 대통령과 성향이 다르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까지 등용해서 자리를 안배하던 관행은 그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능력과 자질만 강조하는 독단에 빠지지 말고 지혜로운 인사를 하기를 바란다. 인사야말로 정부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메시지다. 대한민국 앞에 닥친 복잡한 문제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로 보여주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초기 인사는 비판받을 만한 지점이 상당히 많다. 아직까지는 바로잡기에 늦지 않았다. 지금은 잘못한 것을 과감히 고쳐나가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금태섭 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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