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양극화로 '허니문' 없던 尹.. '내재적 리스크'에 지지율 조기 급락
■ 한규섭의 Deep Read - 尹대통령 지지율 분석
대통령제 국정 운영, 필연적으로 정치적 반대층 양산… 정권 출범과 함께 ‘지지율 하락의 법칙’ 겪어
문제는 취임 두달만의 급락…‘변곡점 분석’ 해보니 여당·가족 ‘내부 리스크’ 의한 무당파 이탈이 주된 원인
7월 2주차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데일리 오피니언’을 기준으로 32%까지 하락했다. 5주 연속 하락이고 취임 초 대비 무려 20%포인트의 낙폭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양극화와 지지율
지지율 하락의 의미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사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 자체는 특이한 일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거의 모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하락하기 시작한다.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대통령이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반대층을 양산하는 현상’(Coalition of Opposition)으로 본다면 불가피한 측면마저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 양극화로 과거와 달리 정권 초기의 허니문 효과가 거의 없어 초반 지지율이 이전 대통령들보다 낮은 것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양극화로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하니, 결국 총선 전에는 다시 일정 수준의 지지율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
임기 초 낮은 지지율이 양극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미국 퓨리서치 센터의 연구 결과를 보면 미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대통령 지지율 차이가 1950년대 아이젠하워 시절 39%포인트 정도에서 트럼프 대통령 때는 무려 77%포인트로 커졌다. 지지 정당에 따라 같은 대통령에 대해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를 내린 것이다. 이런 양극화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1년 만에 지지율이 40% 초반대로 하락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과반 지지율을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30% 이하로 내려간 적 또한 없다.
우리는 어떨까. 한국갤럽이 지난 2012년 이후 매주 발표해 오는 데일리 오피니언의 주간 대통령 지지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도 최근 양대 정당 지지자들 간의 대통령 지지율 격차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이 차이가 평균 39%포인트 정도였던 데 반해 박근혜 대통령 때는 탄핵 시기를 제외하면 평균 60%포인트 정도로 벌어졌고 문재인 대통령 때는 평균 72%포인트로 늘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평균 65%포인트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임기 초 지지율이 높을 때는 74%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양극화된 평가를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제는 ‘반쪽짜리 대통령’이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무당파의 이탈
문제는 취임 불과 두 달 만이라는 점이다. 너무 빠르다. 특히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파 유권자들 사이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무당파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아 객관적일 뿐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당선을 가능케 한 유권자층이다. 50대 후반까지 ‘진보’가 ‘보수’보다 많은 유권자 지형에서 무당파가 많은 서울지역 유권자와 20대 남성들 상당수가 윤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면 당선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월 2주차 무당파 유권자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24%에 불과했다. 한 달 전(6월 2주차) 대비 12%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태블릿PC 사건’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당파 지지율이 평균 33%와 28%였던 것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그래프 참조>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를 두고 많은 해석이 있다. 특히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과 답변을 분석한 것에 근거해 ‘인사 문제’나 ‘독단적·일방적 국정 운영’ 등을 부정평가의 이유로 꼽는 보도가 많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유권자는 대개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해서 답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변곡점 분석
좀 다른 방식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의 내재적 ‘리스크’ 요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난 5월 대선 때 2021년 1월부터 선거 직전까지 발표된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600여 개 전체를 취합해 매주 지지율 추이를 발표한 일이 있다. 그때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지지율 추이에서 통계적으로 잠재적인 ‘변곡점 분석’(Change Point Analysis)을 실시했다. 이를 살펴보면 교훈이 나온다.
크게 보면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지지율에는 총 6~7개 정도의 변곡점이 나타났는데 이 중 지지율 하락의 변곡점으로 분류된 것은 두 번이다.
우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닥친 첫 번째 위기의 원인은 국민의힘 입당이었다. 검찰총장 사직 직후 잠재적 보수진영의 대표 후보로 인식되면서 급상승한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한 끝에 2021년 3월 30%를 돌파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당과 동시에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고점 대비 7%포인트 가까이 급락했고, 국민의힘 경선이 끝날 때까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 순간 기존 윤 대통령 지지자 4명 중 한 명가량이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1주차 NBS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홍준표(3%)·오세훈(2%)·유승민(1%)·원희룡(1%) 후보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이낙연 후보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을 향한 유권자의 시선이 얼마나 냉담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자,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리스크’였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위기는 2021년 12월이었다.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후 보수 진영의 유일한 대안으로 확정되면서 다시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배우자 리스크’와 속칭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의 당내 갈등이었다. 이 두 리스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며 최고점 대비 7%포인트 정도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
◇내재적 리스크
공교롭게도 최근의 급속한 지지율 하락도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방식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시점과 일치한다. 일부 윤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들은 “지지율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 자신도 도어스테핑에서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정책 전문가인 폴 C 라이트 뉴욕대 교수가 ‘대통령의 어젠다’(The President’s Agenda)라는 책에서 인용한 구절, 카터 행정부의 부통령 월터 먼데일이 1981년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할 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대통령 권력의 대부분은 법이나 대통령이라는 제도적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법치와 민주주의 역사가 200년 이상 앞선 미국 얘기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용어 설명
‘지지율 하락의 법칙’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출범 후 떨어지는 것을 말함. 대통령제 채택 국가의 뚜렷한 특징으로 자리 잡음. 정책 시행에 따른 반대파 양산 때문인데 특히 최근 들어 예외가 없었음.
‘변곡점 분석’이란 시간순으로 구성된 데이터상 변화 구간을 설정하고 변화의 횟수와 시간을 추정해 변화 발생 여부를 분석해 내는 통계기법. 지속적인 시프트를 탐지하는 데 강한 장점을 발휘함.
■ 세 줄 요약
양극화와 지지율 :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들은 지지율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을 겪음. 대통령이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반대층을 양산하는 ‘정치 양극화’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
무당파의 이탈 : 문제는 지지율 하락이 취임 직후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 특히 무당파 지지율 하락 폭이 큼. 최근 윤에 대한 ‘무당파’ 지지율은 ‘태블릿PC 사건’ 이전 박근혜의 그것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
내재적 리스크 : 대선후보 시절 윤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변곡점 분석’하면 ‘내재적 리스크’가 지지율 하락을 불러왔다는 걸 알게 됨. 지금의 지지율 하락도 내재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시점과 일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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