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상가·인왕시장 자리에 '스몰 코엑스'.. 서북부 랜드마크 짓는다"
■ 민선8기 서울 구청장에게 듣는다 -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홍제동 역세권 48층 4개동 건립
주민 65% “찬성”…개발 가속도
경의선 지하화로 소음문제 해소
녹지·예술 결합 ‘新대학로’목표
市와 협의 60여 곳 신속 재개발
10만명당 복합빌딩 1개씩 확충
“독립문 등 민족의 혼(魂)이 담긴 역사적 공간도 많으며 명실상부 서울의 중심인 서대문이 낙후지역이 아닌 새로운 변화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서대문이 다른 인접 지역보다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을 때마다 매우 마음이 아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구청장은 서대문에서 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년 넘게 지역 당협위원장을 역임했다.
구청장직에는 지난 6·1 지방선거 때 처음 도전해 12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던 서대문구청장 자리를 탈환했다.
서대문 토박이인 이 구청장의 지역 애착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그는 “서대문을 확실하게 발전시켜 자랑스러운 곳으로 만드는 것이 지난 26년간 지역 일꾼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준 주민들의 뜻에 보답하는 길이자 마지막 숙명이라 여기고 출마했다”고 구청장 선거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오랜 기간 지역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꼼꼼히 살펴온 이 구청장의 머리에는 서대문 발전의 밑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다. 홍제동 역세권 변화가 가장 큰 물꼬다. 유진상가와 인왕시장 등 두 상권의 오래된 건물을 철거해 48층짜리 건물 4개 동을 지어 ‘스몰 코엑스’로 다시 조성하는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이 구청장은 사업 재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난 1일 취임식도 해당 지역에서 진행했다. 그는 “2010년 야심 찬 개발계획이 진행됐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주민 50%가 반대하면 사업을 취소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면서 중단됐다”며 “지리적으로 서북부의 랜드마크가 될 여건을 갖춘 곳이기 때문에 빠르게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미 주민 65%가 공공 개발에 찬성했다”면서 “속도감 있게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연내 공공 개발 여부가 결론이 난다는 전제하에 자신의 임기 내 착공까지 이뤄지게 한다는 목표다. 랜드마크가 만들어지면 컨벤션센터와 기업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의선 지하화도 이 구청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서대문구 14개 동 가운데 7개 동을 지나가는 경의선을 지하화해 도심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실용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450회 이상 기차가 지나가니 주민 민원이 많다”면서 “지하로 가게 되면 소음 문제 해소는 물론 유휴부지가 생겨나 지상에 녹지·공원·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은 특히 이 구청장의 모교인 연세대를 비롯해 이화여대, 명지대 등 9개 대학이 맞물려 있어 ‘신(新) 대학로’로 꾸밀 수도 있다는 게 이 구청장의 복안이다. 그는 “대학생 창업공간과 산학연구단지도 들어설 수 있다”며 “청년들이 넘치는 젊은 서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에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60여 곳이나 된다. 하지만 민주당 시장·구청장 시절인 지난 12년간 개발이 지체됐다. 이 구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방식으로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백서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정비 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조합 등과 협의해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재개발·재건축 방안이다. 오는 9월 초에 발간될 백서에는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처리 지연에 따른 누수 비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고령 인구에 대한 해법도 고민하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우리나라 퇴직연령이 평균 49세로 나타나 은퇴 후 일자리와 건강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이 구청장의 인식이다. 그는 “정부가 단편적인 방식의 복지 체계를 통해 퇴직자들을 돌봐주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주민에 가장 근접해 있는 구청 단위에서 복합적으로 주민의 인생 케어 서비스를 펼치는 쪽으로 역할 비중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저층 주거지 일부를 ‘복지특례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특례지구는 아직 초기 구상 단계이지만 서울시와 종 상향과 용적률 상향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이 구청장은 “골목에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은 시급히 개발돼야 한다”며 “10만 명 단위로 묶어 걸어서 5분·반경 700m 이내에 복합빌딩을 짓고 카페, 수영장, 운동시설, 상담·건강센터, 보건소 등 주민 편의시설을 집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마지막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력하게 투영됐다”고 진단하며 구민들을 향해 “성원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서울시와 ‘원팀(one team)’이 돼 서대문을 행복·경제·공정 도시로 바꾸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5대 혁신·8대 찐 프로젝트… 14개 洞 57개 공약으로 세분화
■ 李 구청장 ‘행복도시’ 구상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6·1 지방선거에 나서며 ‘2040 서울 도시 기본계획 서대문 우선 추진’이라는 명목 아래 5개 핵심(혁신) 공약을 내놨다. 그의 공약을 들여다보면 생활·정치적 뿌리를 서대문에 두고 있어 지역 사정에 누구보다 밝다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현실화 가능성이 크면서도 지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반영된 과제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이 구청장은 핵심 공약으로 주거혁신·생활혁신·문화혁신·개발혁신·경제혁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거와 생활혁신은 재개발·재건축, 경의선 지하화 등이 골자다. 개발과 경제혁신은 유진상가 거점개발과 신 대학로 조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혁신과 관련해선 서울시의 ‘지천 르네상스 사업’을 서대문에 맞게 재구성해 홍제천 카페 조성, 하천 정비 등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함께 이 구청장은 ‘8대 찐 프로젝트’도 추가로 마련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4∼7개의 하위 수행과제가 상세히 반영돼 있다. ‘교육:교육 1번지 서대문’으로 상위 프로젝트를 설정해두고 그 아래 홍제권역 고교 개교 추진, 서울 자치구 최고의 교육 경비(연 100억 원 이상) 지원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두는 방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14개 동마다 원하는 과제나 공약이 모두 다른 만큼 그에 걸맞게 ‘14개 동 57개 공약’으로 세분화해 별도의 공약으로도 제시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지역의 일꾼에게 맡겨진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며 “난관도 있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과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이력을 지렛대 삼아 안정적으로 서대문을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도 많이 응원해주시고 참여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 구청장은 구청개혁에도 두 팔을 걷었다. 현재 국·과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해 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인수위원회 활동이 마무리된 후 내부에 관련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이 구청장은 “인수위 이후 9개 TF를 구성했고, 그중에서 직제개편팀도 마련했다”며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 모든 변화의 시작은 그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또 화상회의를 활성화해 국·과장 외에 팀장까지도 회의에 참여토록 하는 등 원활한 의견개진의 장을 마련했다. 근무제도에 대해서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재택근무 비중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실사구시의 정신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일을 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구청장협의회 회장에 당선된 이 구청장은 “구청장은 행정가로서 해야 할 역할이 강조되는 만큼 소속 정당을 넘어 주민 행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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