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 160만km서 우주 관측 .. 40km거리서 1센트 구별 가능
■ 10문 10답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지름 6.6m 18개 조각 반사거울
적외선 관측 최적화 설계·제작
파장 길어 먼지입자 방해 적어
최소 수명 5년 … 최장 10년 ↑
130억년전 초기 은하단 첫 공개
빅뱅 이후 상태 알 수 있는 단서
물 발견 … 생명체는 아직 요원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노성열 기자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지난 12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촬영한 5장의 첫 컬러 우주 이미지를 전 세계에 공개한 뒤 천문학계에서는 우주의 기원을 밝힐 단서를 연구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쏟아져나왔다. 지난해 12월 발사된 JWST가 첫 관측에서부터 130억 년 전 초기 우주에서 출발한 빛을 포착하고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허블 우주망원경의 100배에 달하는 성능을 갖춘, 인류가 지금껏 개발한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관측기구 JWST가 “앞으로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CNN)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1. JWST는 어떤 망원경?
JWST는 나사가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 등과 손잡고 25년간 100억 달러(약 13조1100억 원)를 투입해 개발한 현존하는 최고 우주관측기구다. 지구에서 관측할 때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허블 우주망원경 등과 마찬가지로 초저온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 배치됐다. 가시광선을 주로 포착하는 허블 우주망원경과 달리 파장이 길어 보다 멀리까지 도달하는 적외선 관측에 최적화해 설계·제작됐다. 개발 초기에는 차세대 우주망원경(NGST)으로 불렸지만 2002년 9월 나사의 2대 국장인 제임스 에드윈 웹 전 국장의 이름을 따 JWST로 명명됐다. 웹 국장은 달에 처음 인간을 착륙시킨 아폴로 계획을 비롯해 재임 기간 75회 이상 우주선을 발사하는 등 인류의 우주 탐사 전성기를 이룬 인물이다.
2. JWST는 어떤 장비로 구성돼 있나
JWST는 크게 관측대상의 빛을 모으는 지름 6.6m의 반사거울(주거울)과 테니스장 크기의 태양광 차광막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사거울은 18개의 얇고 가벼운 베릴륨(Be) 거울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적외선 관측에 최적화하기 위해 금으로 코팅돼 있는데 골프공 무게와 비슷한 48.25g의 금이 사용됐고, 다시 금을 보호하는 얇은 유리층으로 이중 코팅돼 있다. 각 층이 진공으로 분리된 5겹 층 구조의 태양광 차광막은 반사거울이 -235도 이하 극저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밖에 JWST는 근적외선 카메라(NIRCAM),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 중적외선 장비(MIRI), 미세유도센서·근적외선 영상장치와 슬릿리스 분광기(FIRSS)의 4가지 과학장비를 탑재했다.
3. 허블 우주망원경과의 차이는
허블 우주망원경은 나사와 ESA의 협력으로 제작됐으며 1990년 4월 우주에 올려진 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활동 중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2.4m 크기의 주거울을 갖춘 것에 비해 JWST는 지름 2.7배, 면적 약 6배에 달하는 6.6m 주거울을 장착해 그만큼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다. 또 허블 우주망원경이 가시광선을 주로 관측하는 반사망원경이었던 것과 달리 JWST는 파장이 더 길고 감도가 향상된 적외선 장비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마지막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 상공 약 600㎞에서 96분에 1회씩 지구 궤도를 따라 움직이지만 JWST는 지구에서 160만㎞ 떨어진 곳에서 1년에 2회 지구를 회전해 훨씬 더 높고 안정적 관측효율을 유지한다.
4. JWST는 어디에 위치해 있나
JWST는 지난해 12월 25일 오전 7시 20분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아리안 5 ECA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이륙 26분 뒤 발사체에서 분리된 JWST는 약 한 달간 160만㎞를 이동해 최종 목적지인 라그랑주2(L2) 포인트에 도착했다. 프랑스의 천문학자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가 발견한 라그랑주 포인트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중력과 물체의 원심력이 상쇄돼 실질적으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평형점을 말한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모두 5개의 라그랑주 포인트가 있으며 L1과 L2는 지구에서 태양과 태양 반대쪽으로 각각 160만㎞ 떨어져 있다.
5. JWST의 성능과 수명은
14개국의 과학자 및 기술자 수천 명이 달라붙어 만들어낸 JWST의 관측 성능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100배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사가 밝힌 JWST의 해상도는 2㎛로 약 24마일(40㎞) 거리에서 미국 페니(1센트)의 크기, 서울∼부산 거리(약 400㎞)보다 훨씬 먼 340마일(550㎞) 거리에서 공인 축구공의 크기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다. JWST가 관측할 수 있는 하늘의 영역도 넓어 하루에 전체 하늘의 39%, 6개월 동안 100%를 살펴볼 수 있다. JWST는 지구에서 너무 멀어 고장이 나도 우주왕복선을 보내 수리나 회수할 수 없다. 최소 기대수명은 5년이지만 JWST에 탑재된 연료량 등을 감안할 때 10년 이상 작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6. JWST가 적외선에 최적화된 이유는
JWST의 핵심 목표는 우주의 은하·별·행성 등의 탄생을 연구하는 것으로 초기 우주에서 은하·별이 형성되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우주를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JWST는 파장이 길어 작은 먼지 입자에 방해를 덜 받고 먼지·구름을 빠져나올 수 있는 근적외선 관측에 최적화된 장비를 탑재했다. JWST는 눈에 보이는 주황빛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중적외선까지 0.6∼28㎛ 영역대를 관찰할 수 있다. JWST는 일단 우주의 어둡고 밝은 부분을 흑백으로 구분해 촬영한다. 이후 자외선 필터로 관찰 지역의 빛 파장을 구분해 빨강·초록·파랑 등 빛의 3원색을 부여하면 흑백 이미지가 컬러 이미지로 바뀌게 된다.
7. 첫 공개 사진(First Light) 5장 의미는
지난 11일 처음 공개한 1장의 컬러 사진은 130억 년 전의 초기 은하단 모습이다. NIRCAM으로 찍은 ‘SMACS 0723’ 사진은 지구에서 46억 광년 떨어진 은하단의 거대한 중력장이 뒤에서 오는 빛을 확대·굴절시키면서 130억 년 밖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배경 은하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가장자리의 빛은 중력렌즈에 의해 휘면서 훨씬 멀리서 온 초기 우주의 흔적을 보여줬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한 우주의 몇억 년 후 초기 상태를 알 수 있는 단서이다. 나머지 4장의 사진도 각각 △별들이 태어나는 용골자리 성운 △가스행성인 WASP-96b △죽어가는 별들의 무덤인 남쪽고리 성운 △페가수스 자리 근처에서 4개의 은하가 서로 근접해있는 스테판 오중주의 신비한 광경을 인류에게 선보였다. 과학자들은 가스 행성에서 수증기 형태의 물도 분광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견해 외계 생명의 존재 여부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8. JWST가 물 흔적도 발견했는데 생명도 존재할까
물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수소(H)와 비교적 많이 발견되는 산소(O)라는 구하기 쉬운 재료(원소)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0∼100도 사이에서 안정적인 액체 상태를 유지해 고체·기체 간 화학 반응을 매개하는 용매로 사용되기도 쉽다. 탄소(C)를 기반으로 한 유기 물질에 해당하는 지구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원시 단세포가 복잡한 고등 생물로 나아가는 데 물은 거의 필수적이다. 그러나 ‘물=생명’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산화 반응을 일으키는 광합성 말고도 다른 에너지 생산 능력을 가진 생물도 있기 때문이다. 우주 과학자 중에는 지구 생명체와는 아예 다른 에너지 순환 및 대사 체계를 지닌 우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는데 대부분은 과학소설(SF) 같은 발상이라고 폄하하는 편이다. 특히 지구 생명체 가운데 매우 원시적인 균류 등은 외계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능을 가진 지적 생명체는 인간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많다.
9. 과거 외계 행성에서 물을 발견한 사례는
나사는 2021년 화성에 이산화탄소와 결합한 액체 혹은 얼음 형태의 물이 있음을 믿는 다수 과학자의 견해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그리고 ESA와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smos) 공동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발사한 화성탐사선 엑소마스의 가스 추적 궤도선이 보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성 표면 아래 대량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실시됐다. 화성에서의 물 발견은 생명체 존재 가능성 또는 최소한 인류 이주 후 테라포밍(행성 환경 개선)을 통한 거주지 개척의 여지를 시사하고 있다. 2018년 미 하버드대 연구팀은 케플러 우주망원경 관측 결과를 토대로 외계 행성에 우리 생각보다 흔하게 물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0. 제임스 웹이 외계 생명의 존재를 입증할까
나사는 일단 1990년대 ‘생물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긴 토론을 진행한 후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따르는 자립형 화학 시스템(A self-sustaining chemical system capable of Darwinian evolution)’이란 정의를 내렸다. 분자 구조에 의해 창발적으로 형성된 물체가 스스로 물질대사나 생식 등을 조절할 수 있고, 또 자연선택에 따라 세대를 이어가고 있어야 ‘생명’이라고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구 생명체의 정의를 우주론에 대입하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우주학자들도 적지 않아 우리와 같은, 혹은 다른 ‘생명체’를 발견하기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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