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럽에 천연가스 '불가항력 선언'.. 유럽 산업 전반에 위기 경고음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유럽에 공급하는 일부 천연가스에 대해 ‘불가항력 선언’을 하면서 유럽 산업 전반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8일(현지시간) 가스프롬이 지난 14일 유럽 고객사 최소 3곳에 서한을 보내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불가항력 선언이란 무역 거래 중 재난이나 전쟁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약자가 계약 이행 의무를 면할 수 있는 조치를 뜻한다. 가스프롬은 서한에서 특별한 상황 때문에 가스 공급 의무 이행이 불가능하다며 이 조치는 지난달 14일부터 소급 적용된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가스를 구매해온 독일 에너지기업 유니퍼는 가스프롬으로부터 해당 서한을 받았으나, 정당하지 않은 주장이라 거부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유럽은 석유화학, 철강, 세라믹 및 플라스틱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천연가스는 유리에서 플라스틱 및 기타 화학 물질에 이르기까지 많은 소재를 생산하는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럽에 각종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독일에서 천연가스에 기반을 둔 소재 산업이 위기를 맞으면 유럽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럽연합(EU) 에너지 위원을 지낸 독일 정치인 귄터 오에팅거는 “이번 사건은 가스와 석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범유럽 공급망을 붕괴시킬 것”이라 말했다. 독일 보험사인 알리안츠도 최근 보고서에서 “독일의 관련 산업이 위기에 빠지면 EU 전체가 고통을 겪을 것”이라 분석했다.
앞서 가스프롬은 지난달 중순부터 독일 등 유럽 등으로 들어가는 가스 공급량을 축소했다. 독일 측에 수리를 맡긴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터빈을 돌려받지 못해 가스관 가동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가스프롬은 독일 지멘스 에너지에 터빈 수리를 요청했고, 지멘스 에너지는 해당 정비를 캐나다 전문 업체에 의뢰했는데 캐나다 정부는 대러시아 제재를 이유로 수리를 마친 터빈을 독일로 넘겨주지 않았다. 가스프롬이 가스 공급을 줄이자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에너지난에 빠지면서 캐나다에 터빈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캐나다는 결국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터빈을 제재 면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반환을 결정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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