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수 의대의전원협 이사장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극 목소리 낼 것"

18일 취임 기자간담회.."노벨의학상 탄생 위해선 기초의학 인프라 확대 필요"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신임 이사장은 18일 "미래의학을 선도하기 위한 의사과학자 인력양성이 중요하다"며 "더 많은 의대 학생들이 의사과학자 진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임 중 가장 큰 목표는 협회가 의사과학자 양성의 허브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의사과학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하반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이사장에 따르면 특별위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정책개발에 주도적으로 관여할 계획이다. 그는 그간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국책사업이 몇 차례 있었지만, 의료계 참여가 부진하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지원사업이 시행된다고 해도 호응하는 기관과 학생이 없으면 성과가 나기 어렵다”며 “전국 의과 교육기관들이 한 데 모인 협회가 나서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또 다른 중요한 과제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꼽았다. 신 이사장은 “많은 현직 의사과학자들이 '커리어를 이어나가기 힘들다'고 말한다”며 “병원 안팎에서 다양한 형태로 의사과학자들이 활약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또한 협회의 주된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필수의료와 의사과학자 인력에 대해서 이제까지 의료계가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사실상 없었다”며 “우리 협회가 중심이 돼 각 기관 간 상호협력적인 양성 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신 이사장은 기초의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의료강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이지만, 아직까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은 이유를 물은 것에 대한 대답이다. 최근 한국계 미국인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하면서 노벨상에 대한 의학계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신 이사장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배출되기 위해선 임상의학 보다도 기초의학 연구 인프라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며 “현재 국내에는 순수 의학 연구자가 안심하고 연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한국에서 가장 큰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에도 의학만을 위한 연구단이 없다"며 "기초의학 연구자들은 생명과학, 화학 등 다른 연구단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정작 IBS에 간 많은 의사들이 ‘찬밥’ 대접을 받는다. 수학, 물리학, 화학각 연구단에 끼어들어 연구를 진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기초의학 연구를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일본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의료연구개발기구(AMED)가 최근 만들어졌다”며 “기초의학자들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있는 성격의 기구가 한국에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은 현재 정부의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연구중심의대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연구중심병원 사업에선 병원이 임상지식을 기반으로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를 도모하고, 나아가 최신 의료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이 이뤄진다. 신 이사장은 “기존 정부사업의 방향은 병원에서 연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인데,  기초의학 연구는 병원보다는 대학에서 이뤄지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지금 임상현장으로 간 의사들이 다시 기초의학 연구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