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만능코의 비밀 풀렸다 [사이언스샷]
코끼리가 코를 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비밀은 피부의 주름에 있었다.
미국 조지아 공대의 데이비드 후 교수 연구진은 19일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코끼리 코에서 아래위 주름 형태가 달라 에너지를 덜 쓰고도 원하는 방향으로 뻗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코끼리 코는 근육으로 이뤄져 있고 뼈는 없다. 이 코로 나뭇가지에서 잎을 떼내고 물이나 과자를 빨아들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문어가 팔을 뻗을 때처럼 단순히 코가 늘면서 지름이 줄어든다고 생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와 달랐다.
연구진은 애틀란타 동물원에서 아프리카 코끼리 암수 두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멀리 있는 탁자 위에 먹이를 주면서 코를 뻗도록 했다. 암컷 코끼리는 코 길이를 20%나 늘릴 수 있었다. 수컷의 코는 13% 늘어났다.
특히 코끼리 코는 아래위 신축성이 달랐다. 위쪽을 바로보는 부분은 바닥을 보는 아래쪽보다 15% 더 늘어났다. 이로 인해 코끝이 휘어지면서 물건을 잡을 수 있었다. 연구진은 동물원에서 냉동보관 중인 코끼리 사체를 통해 코의 위쪽에 깊은 주름이 더 많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만큼 위쪽이 더 잘 휘어진다.
또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해보니 코끼리 코는 문어의 팔이나 사람 혀와 달리 같은 형태로 늘어나지 않았다. 끝 부분이 먼저 늘어나고 이어 나머지 부분이 늘어났다. 마치 망원경의 경통을 앞부분부터 뽑는 것과 같았다.
연구진은 코끼리는 이 같은 방법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코끼리는 코의 끝부분에 약 1리터의 근육을 갖고 있다. 코의 뒤쪽에는 22리터의 근육이 있다. 두 부분을 똑같이 늘리면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지만 끝을 먼저 늘리고 이어 뒷 부분을 당기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결과는 코끼리 코처럼 부드러운 재질의 기계 장치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지금까지는 로봇의 모터나 내부 재질에만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주름 같은 표면 구조로도 동작을 다르게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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