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유럽, 러 가스 대체 어렵다"..獨, 원전 연장 검토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8일(현지시간) 유럽이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가스 없이 겨울을 나기엔 역부족이라고 경고했다.
높은 대러 천연가스 의존도로 특히 타격이 큰 독일에선 급기야 연말 폐기 예정이던 원전 수명 연장 가능성이 높게 검토되고 있다.
올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대한 서방의 대러 강경 행보 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격으로 유럽이 되레 에너지 전쟁을 치르게 된 모습이 역력하다.
◇"여기저기서 다 끌어모아도 러 가스 공급부족 상쇄 못해"
AFP 통신에 따르면 파티흐 비롤 IEA 사무총장은 사보에서 "비(非) 러시아산 가스에만 의존하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 이러한 공급물량은 공급이 끊긴 러시아산 물량을 다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롤 총장은 "노르웨이와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스 공급을 최대 용량으로 받고, 북아프리카에서도 지난해 수준의 가스를 공급받고, 유럽 내 자체 가스 생산이 최근 추세대로 이어지고, 액화천연가스(LNG) 유입이 올해 상반기처럼 사상 최대 속도로 증가하더라도 그럴 것(러시아산 물량을 다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향후 수년간 가스 공급량을 두 배로 늘리는 에너지 공급 계약에 서명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EU는 천연가스 공급처 다변화 외에도 LNG 수입량을 늘리는 방안도 모색해왔지만, 유조선 하역이 가능한 터미널이 충분치 않고 물량도 제한적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결국 노드스트림1 가스 공급 정상화 여부만 애타게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러시아는 지난 11일부터 독일과 연결된 가스관 노드스트림1의 유지보수를 구실로 공급량을 대폭 줄였다. 예정한 유지보수 기간은 오는 21일까지인데, 이후 공급이 정상화될지 불확실하다.
비롤 총장은 "러시아 가스 공급의 전면적인 차단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IEA 분석에 따르면 EU 국가들이 문제 없이 올겨울을 나려면 앞으로 몇 달간 비축량을 90%까지 채워둬야 한다.
노드스트림1 가동이 정상화돼 몇 달간 가스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120억 입방미터를 절약해 저장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LNG 유조선 130대 선적분에 해당한다고 AFP는 전했다.
이에 IEA는 유럽 국가들에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발전 연료도 천연가스 대신 다른 자원을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독일 정부, 3기 남은 원전 수명 연장 가능성 평가 착수
EU 국가 중에서도 특히 높은 대러 천연가스 의존도를 보여온 독일은 비상이다.
올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만 해도 55%에 달했던 독일의 러산 가스 수입 비중은 개전 이후 35%까지 줄었다. 이마저도 노드스트림1 유지보수 중단 전까지의 수치로,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는 급기야 연말까지 폐쇄할 예정이던 원전 3기의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 밝혔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정부 시절이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약속, 올해를 끝으로 원자력 발전을 중단할 예정이었다.
남은 3기의 올해 1분기 발전량은 전체의 6% 정도였다.
지난 3월 환경부와 경제부 평가에서는 법적 문제, 인허가, 보험, 안전점검 비용, 연료봉 부족 등을 이유로 수명 연장을 권고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노드스트림1 배송량 감소로 올겨울 전력난이 우려되자 독일과 유럽 전역에서 원자력 재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경제부가 원전 수명 연장 관련 두 번째 평가를 요청한 것이다.
경제부 대변인은 "두 번째 평가를 받은 뒤 명확산 계산과 사실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새로운 평가 결과는 몇 주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경제부의 내부 문건을 입수, 이번 평가에서는 고유가가 전기요금에 미칠 잠재적 영향과 심각한 가스공급 중단 상황, 프랑스의 원전 생산 중단 등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세부적으로는 연말 폐쇄 예정인 원전 중 하나인 이자르 2호 주변 독일 남부와 바이에른주(州)의 상황도 검토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당 지역은 석탄화력발전소가 거의 없고 풍력생산량도 낮아 가스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가스 공급 감소 속 원전까지 폐기하면 당장 올겨울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버트 아이완거 바이에른 주정부 경제장관은 전날(17일) 지역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방정부에 원전 수명 연장을 촉구했다.
사회민주당 소속 올라프 숄츠 현 독일 총리의 집권 연립정부에는 시장친화적인 자유민주당과 함께 녹색당이 참여하고 있다. 원전 조기 폐기를 주장해온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원전 연장론이 힘을 받는 건 그만큼 현지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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