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니안, 한국 후손들 유쾌하고, 맵게 사는 곳[남국여행③]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3000명 가량의 주민 중 한국계 후손이 40% 정도 차지하는 티니안 섬은 전설적인 파워맨 추장 타가의 유적 타가하우스와 타가해변, 라테스톤 석상, 태평양전쟁의 흔적이 있는 산 호세 성당 종탑, 중심부 가르는 브로드웨이, 아시아인들을 학살하고 핍박했던 전범 국가 일본을 향한 원폭 비행기 출격지 등으로 유명하다.
북마리아나제도 제3의 섬 로타는 스위밍 홀, 송송 빌리지와 전망대, 야생조류 보호구역 ‘버드 생추어리’ 등을 가졌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 속담을 실감케 하는 이곳 매운 고추 축제, ‘핫 페퍼 페스티벌’을 여는 티니안에는 태평양전쟁 때 희생된 한국인들의 위령비도 있는데,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히로인 김혜윤은 설민석, 전현무, 유병재 등과 촬영한 MBC '선을 넘는 녀석들-리턴즈'에 출연, 티니안섬 한인들의 당한 고통과 희생의 족적들을 목도하고 눈물을 흘렸다.
강제징용돼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한국인들이 차모로족 아가씨와 결혼해, 많은 혼혈 후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 축제때엔 처음 봐도 단번에 한국인 후손임을 알수 있는 다수의 아이들이 차로모 전통춤을 추며 흥을 돋운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강제징용되었던 어르신의 증손들은 BTS의 팬, 아미가 된다.
섬 크기는 사이판에 비해 약간 작지만, 인구는 1/15에 불과하다. 두 섬 사이를 잇는 교통수단은 경비행기가 유일하다. 설사 사이판에서 출발해 티니안 다이빙 포인트, 플래밍 해저 탐험을 마친 뒤에도 티니안에 상륙할 수 없다.
두 섬 거리가 신안 천사대교의 절반 수준인데, 이토록 티니안 섬 입도를 불편하게 한 것은 일본의 견제 때문으로 보인다. 두 섬의 한국인 위령탑도 일본 패망 후 30~40년 지나서야 세워졌을 정도다. 배로 오가는 시설, 혹은 다리가 놓아진다면 한국민의 티니안 방문은 급증할 것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에 끌려한 사람들 중 무인도에 갇힌 한국인들은 거의 다 사망했지만, 티니안섬에 있던 한인들은 주민들의 인정 어린 도움으로 상당수 살아남았다. 그리고는 마음 착한 그곳 어르신의 사위가 되었다. 티니안 여인들의 생활력이 강한 것은 북마리아제도 내에서도 유명하다. 아마 생면부지의 한국 할머니를 닮아서였을 것이다.
티니안에는 파도가 칠 때 마다 구멍으로 바닷물이 솟구치는 자연 분수 ‘블로우홀’, 정글을 탐험하는 듯한 묘미와 함께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캐롤리나스 라임스톤 포레스트 트레일, 프라이빗 비치 같은 타가비치 등과 강제징용 한국인, 전범 일제 처단을 목적으로 공격한 미군의 흔적이 있다.
티니안의 중심부를 남북으로 쭉 뻗은 직선으로 가르는 도로 브로드웨이는 이 섬의 속살을 한꺼번에 볼수 있는 필수 드라이브 코스이다. 티니안 모양이 맨해튼을 닮아, 도로 이름도 브로드웨이로 지었다.
▶산호세 성당 종탑=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산 호세 성당 종탑(Old San Jose Church Bell Tower)은 티니안의 아픈 역사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스페인 통치 시대였던 17세기 말에 세워진 20m 높이의 이 종탑은 산 호세 교회 앞에 자리한다. 태평양 전쟁 당시의 포격으로 인해 일부분 파손된 모습과, 탄흔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 티니안을 스친 전쟁의 아픔의 산증인이다. 원래는 우윳빛깔 예배당과 종탑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성지였다.
▶노스필드 활주로와 원자폭탄 적하장 터= 섬 북부 노스필드 지역에 위치한 2.6㎞ 길이의 노스필드 활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B-29 폭격기 전용 활주로였다. 양민을 학살하고, 강제징용, 성노예 착취를 일삼은 전범국 일본에 2개의 원자폭탄이 떨어질때, 이곳에서 탄을 탑재했다.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당한 우리 선조들이 맨 손으로 만들어 낸 활주로였다. 원자폭탄 적하장 터와 기념비를 볼 수 있다
원자폭탄 보관소도 비행장 한켠에 따로 있다. 크기 3x5m, 깊이 2.5m인 이곳에 보관되어 있던 2개의 원자폭탄 리틀보이와 팻맨이 B-29 폭격기에 탑재되어 1945년 8월 6일과 9일 각각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다. 널찍한 콘트리트 대지에 덩그러니 남은 적하장 터는 당시의 상황을 사진과 기록으로 전하고 있다.
▶산호세 마을의 한국인 위령비= 티니안섬 북쪽에는 파도가 칠 때 마다 최대 20m의 바닷물이 솟구쳐 오르는 블로우홀이 이다. 구멍 주변으로 크고 작은 에메랄드 빛 웅덩이가 수영장처럼 고여 있어 신비롭다.
티니안의 중심지 산호세 마을 북쪽에는 티니안에서 한인 유골을 발굴한 뒤로 민간단체가 세운 ‘평화기원한국인위령비’가 서 있다. 이 한국인 위령비는 티니안을 찾는 우리 나라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장소이다. 강제징용 희생자 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77년 12월에 세워졌다. 한국인 후손들이 많은 티니안 사람들은 일본인 관광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출루비치= 출루비치는 섬의 북서부의 위치한 해변으로 1944년 미국 해병대가 티니안 상륙장소로 이용해 랜딩비치라고도 불린다. 해변에 야자수와 나무들이 많아 한적하게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은 장소로 스타샌드라는 별모양 산호모래로 유명하다.
한때 티니안의 왕족에게만 허락되었던 타가 비치는 일몰과 물놀이 명소이다. 고대 차모로족 왕실 해변이었는데, 아늑한 절벽에 둘러싸여 이곳에서 놀면 프라이빗 비치를 선물받은 듯한 기분이다.
산호세 마을 인근, 신비의 ‘하우스 오브 타가’는 원주민의 힘을 상징한다. 타가 족장은 높이 약 4m에 달하는 라테스톤 돌기둥을 맨손으로 세워 집을 지을 만큼 괴력을 자랑했다고 알려진다. 지금은 하나의 돌기둥만 세워져 있지만, 과거 차모로족의 건축기술이 뛰어났음을 엿본다.
스왈로브스키의 고향 체코 북부 크리스탈밸리에 가면, 티니안 타가 왕실의 원뿔형 왕관을 주문받아 제작했으며, 그 사본이 전시돼 있다.
■헤럴드경제 사이판-티니안-로타, 마리아나제도 탐방기 글 순서 ▶7월19일 ▷휴양 성지 사이판·티니안 여행 뭉클한 이유[남국여행①] ▷방탄소년단(BTS) 사이판 발자취 따라잡기[남국여행②] ▷티니안, 한국 후손들 유쾌하고, 맵게 사는 곳[남국여행③] ▷사이판, 세계적 석양 풍경..한낮엔 팔색조 바다[남국여행④] ▶7월22일 ▷사이판서 BTS처럼 놀고,페블비치처럼 골프[남국여행⑤] ▷찜닭·석양·물놀이 맛집, 사이판 월드리조트[남국여행⑥] ▷“하파다이~!” 북마리아나-한국 진한 우정 [남국여행⑦] ▷새섬·위령탑·그로토,北사이판 팔색조 탐방 [남국여행⑧] ▶7월26일 ▷북마리아나 역사,‘막내 형’ 로타의 매력 [남국여행⑨] ▷사이판-티니안-로타 다이빙 성지 7선 [남국여행⑩] ▷코로나 이후 백사장-넝쿨 밀당, 낚시붐 [남국여행⑪] ▷사이판 이색 쇼핑과 별이 빛나는 밤에 [남국여행⑫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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