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쟁점 '귀순 진정성', 합동신문 보면 알 수 있다
기사내용 요약
여야 관점 극명 대비…합동신문 내용 관건
합동신문, 북 이탈 후 처음으로 받는 조사
합동신문 규정 미비, 비밀주의 등 비판 제기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결국 문재인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핵심은 귀순의 진정성 여부가 될 전망이다. 북송된 탈북민 2명의 귀순 의사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당시 합동 신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사건 경과를 보면 한국 해군은 2019년 10월31일부터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수상한 선박을 발견해 추적했다.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했지만 선박은 불응한 채 NLL을 맴돌았다. 해군은 단속 끝에 11월2일 삼척 인근에서 선박을 나포했다. 해군 특전요원들이 배와 선원 2명을 나포해 동해 군항으로 데려왔다. 선장 등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가 포착된 이들 2명은 현지에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합동 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 신문 결과 정부는 귀순 동기, 도피 행적,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북송을 결정했다.
정부는 11월5일 북한 당국에 신병 인도 의사를 타진했다. 11월6일 북한 당국이 수용 의사를 표명하자 정부는 11월7일 오후 3시께 판문점을 통해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어선도 11월8일 오후 북측에 인계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탈북민 2명을 강제로 북한으로 보내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양측의 주장을 검증하려면 결국 귀순 의사 표명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이를 이해서는 당시 합동 신문 내용을 봐야 한다.
합동 신문이란 국가정보원이 해당 인원이 탈북민인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이다. 정부 합동 신문소(옛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현 자유누리센터)는 신문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 인정 여부를 판단하며 북한 주민으로 판단될 경우 한국 국민으로 간주된다.
국정원은 당사자의 신분, 북한주민 확인, 귀순 의도, 그 외 필수 정보 확인을 위해 일반적으로 1~2주에 걸쳐 합동 신문 조사를 한다. 이를 통해 탈북민은 북한 주민 여부와 귀순 의사에 관한 최종적인 확인을 받게 된다.
합동 신문에서 대공 용의점과 간첩 행위 등이 확인되면 국가보안법에 의해 수사와 처벌 대상이 된다.
만약 해당 주민이 어선 기관 고장이나 실수로 월선해 한국 영역에 들어왔을 경우 이들이 북한으로의 송환을 희망하면 인도주의에 입각해 북한으로 송환된다. 그 과정에 대한적십자사가 참여한다.
오씨와 김씨는 합동 신문 때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시 "계속 도주했고, 귀순의사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으며, 흉악범죄자여서 귀순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범죄혐의자여서 북한이탈주민법을 적용하지 않았으며 같은 이유로 난민법도 적용하지 않았고 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북송을 결정하였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합동 신문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심문조사 내용은 통일부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북대협)에 보내져 보호대상자 여부에 대한 심의와 결정의 근거로 사용된다"며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정부는 북송된 2명이 북한 주민임을 확인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을 강제 북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소장은 또 "북한 주민이 한국 영역에 들어올 때 동기와 배경, 사유는 귀순의사(보호요청) 표명을 확정하는 데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공작원이나 간첩으로 파견된 것이든, 자의에 반해 들어왔으나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귀순 의사(보호 요청)를 표명한 경우에도 이들의 자의에 의한 의사 표시는 존중돼야 하며 현재까지 존중돼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투명한 합동 신문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북한이탈주민법은 합동 신문과 국정원 직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 방법, 절차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합동 신문 과정에서 국정원의 자의적인 행동을 견제할 수단이 부족하다.
국정원은 탈북민으로부터 합동 신문에 관해 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합동 신문 관련 실태 조사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합동 신문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횡행한다는 비판도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실시한 2012년 합동 신문 실태 조사에서는 탈북민 43.1%가 조사 때 공포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합동 신문 때 화장실 사용과 운동 등을 통제하는 등 인권 침해가 여전하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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