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피해자 '행실'이 왜 나오냐..2차 가해 분노한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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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상의 비난과 신상 털기, 선정적 언론 보도.'
조윤희(27)씨는 "처음 사건이 공론화된 기사 제목에서부터 피해자의 성별 등 신상을 특정했고, 가해자는 감추는 식으로 보도됐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과도한 관심이 쏠렸다고 본다"며 "특히 '성폭행 거부'라는 일부 언론의 표현, '만취 상태였다'는 정보들이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아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개연성을 부여하고 2차 가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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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 선정적 보도에, 피해자 신상털기까지
"성범죄 피해자에 가해지는 최악 반응 종합판"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상의 비난과 신상 털기, 선정적 언론 보도.’
지난 15일 발생한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2차 가해’ 현상에 분노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번 사건은 수십 년째 성범죄 피해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최악의 반응을 총집합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은 온라인 공간에 여과 없이 올라온 고인에 대한 모욕과 비난을 담은 게시글이다.
18일 대학생들이 인증해 가입하는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보면 사건 당시 상황을 추측하며 희화화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고, 사건을 다룬 유튜브 영상 등 보도물에도 ‘늦게까지 술을 마신 것이 문제다’ 따위의 댓글이 달렸다. 포털사이트 검색창 등에는 ‘인하대’의 연관 검색어로 피해자 신상을 찾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들이 올라오고 있다.
오유선(28)씨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성범죄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재학 중이던 대학 커뮤니티에서 ‘학교 명예’를 운운하며 피해자의 행실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점에 충격받았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할 학교와 총학생회의 입장문도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다”고 말했다.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언론이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윤희(27)씨는 “처음 사건이 공론화된 기사 제목에서부터 피해자의 성별 등 신상을 특정했고, 가해자는 감추는 식으로 보도됐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과도한 관심이 쏠렸다고 본다”며 “특히 ‘성폭행 거부’라는 일부 언론의 표현, ‘만취 상태였다’는 정보들이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아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개연성을 부여하고 2차 가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인하대 관련 뉴스를 전수 분석한 결과를 보면, 68개 언론사가 제목에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제목에 피해자의 신상과 관련해 ‘여대생’, ‘20대 여성’ 등의 표현을 쓴 언론사는 42개였다. 한 종합편성방송사는 보도에서 사건의 원인을 ‘캠퍼스 내 무분별한 음주 문화’로 꼽기도 했다.
조아무개(28)씨는 “가해자의 범죄사실에 주목해야 함에도 황망하게 목숨을 잃게 된 젊은 여성 피해자를 이용해 각종 상상을 하게끔 기사를 썼다는 점이 화가 나고 비참하다”고 했다.
이아무개(30)씨는 “과거 90년대 뉴스 보도에서 성폭행을 비관해 죽은 여대생을 두고 ‘정조관념이 희박하다’는 기자의 멘트가 있었는데, 그 시대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 느낌”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학 교수는 “매우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 언론, 대학 등이 모두 2차 가해를 방관하거나 책임지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책임 있는 이들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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