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해체 이익 큰데..존치 드라이브 거는 신임 시장
철거 예정이던 금강 세종보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새로 취임한 세종시장이 ‘보 존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다. 새 시장이 보 존치론을 띄우며 내세우는 근거는 ‘도시 경관’과 ‘물 공급’에 장점이 크다는 것. 자연하천이 지닌 생태적 가치보다 경관적 효용과 단기적 재정 편익을 앞세운 논리다.
■ ‘보 존치’…드라이브 거는 시장
최민호 세종시장은 일찌감치 보 존치론을 내세웠다. 그는 취임 전 당선자 시절인 지난 6월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세종보를 존치하고 금강 수량을 확보하면 도심 내 친수공간이 조성되고 도시 역동성도 살아난다”란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세종보를 두면 수량이 높아져 경관이 좋아지고 그에 따라 상업과 관광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 시장은 특히 세종보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전에 계획된 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치적 이슈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4대강 보’ 존폐 논란을 비켜가려는 포석이다. 여기에 덧붙여 최 시장은 현재 추진 중인 취수시설 설치가 비효율적이라는 점도 보 존치가 필요한 이유로 든다. 세종시는 국비 약 97억원을 받아 양화취수장 부근에 물을 끌어올리는 별도의 취수시설 설치를 추진 중이다. 10월에 첫 삽을 뜨고 2년 뒤 준공하는 일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단행한 보 개방으로 금강 수위가 세종시 호수공원과 국립수목원 등에 물을 공급하는 양화취수장 취수구보다 낮아져 안정적 물 공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 시장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별도 취수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올바른 의사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 팽팽한 반론…경제성·환경평가 모두 해체에 손들어
보 존치론에 대한 비판은 보 해체가 존치보다 종합적 편익이 크다는 것이다.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2019년 2월 ‘금강·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에 세종보 해체 편익이 유지 편익보다 3배 더 크다는 분석 결과를 담았다. 수질·생태 개선(각 112억원, 755억원), 홍수 조절(2억원) 효과에다 보 유지·관리비 절감(83억원) 효과가 보 유지에 따른 도시 역동성 확대 등에서 기대할 수 있는 편익을 크게 웃돈다는 뜻이다.
이런 편익 분석에는 보 수문만 열었음에도 금강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보 개방 뒤 금강 수계의 모래톱은 1.343㎢(축구장 면적 188배), 수변공간은 2.133㎢까지 늘어났으며, 흰목물떼새(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가 서식하기 시작했다는 게 환경부 관측 결과다. 멸종위기 1급 노랑부리백로와 흰꼬리수리, 멸종위기 2급 큰고니·큰기러기, 멸종위기 1급 어류 미호종개도 세종보 부근에서 관찰됐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세종보가 완공된 뒤 물을 가둬 생긴 문제점은 환경부 모니터링과 경제성평가에서 드러났다. 보 개방 뒤 악취 민원이 사라진 건 세종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종시민은 어느 쪽에 손들까
최 시장이 보 존치론을 꺼내들 수 있었던 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 위원회는 지난해 1월 보 해체를 결정하면서도 그 시기는 중앙·지방 정부와 지역 주민 등이 협의하도록 했다. 세종시가 협의에 나서지 않으면 보 해체 결정 자체가 무력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다 ‘4대강 보’에 우호적인 새 정부 출범도 새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세종시 치수방재과 담당자는 “환경부가 4대강 보 처리 방안 수립 과정에서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결국 세종시민의 여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세종시민을 대상으로 한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는 2020년 7~8월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이 조사에선 ‘보 해체’ 의견이 48.6%로 ‘보 유지’ 의견(38.9%)을 앞섰다. 한해 전인 2019년 환경부 조사에서도 해체 의견(49.2%)이 유지 의견(42.3%)을 웃돌았다. 보 해체에 찬성한 응답자들은 그 이점으로 ‘녹조 등 수질이 좋아져야 해서’(55%), ‘물고기와 새, 모래톱 등이 다시 돌아올 수 있어서’(34.9%), ‘보의 유지관리 비용 등에 비해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32.7%) 등을 꼽았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썩고 악취 나고, 녹조와 펄로 오염된 물을 가둬두는 것을 친수공간 조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강처럼 물이 가득 찬 강이 보기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모래톱·하중도와 어울려 흐르는 강 본연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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