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상승에 원리금조차 못 갚을 사람도 늘어날 듯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도형 2022. 7.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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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최초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올해 금리 인상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반향도 일어나고 있다.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3%포인트 상승할 경우 최저생계비를 빼면 대출원리금조차 제대로 못 갚는 사람이 19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세계일보는 19일 지면에서 이같은 상황을 다루었다. 정부와 금융권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도덕적 해이’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벌어진 침체 현상은 이날 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올해 국내투자자 외국 투자 현황에서도 드러났다. 국내투자자들이 보유한 외국 증시 가치가 10%넘게 떨어졌다. 

◆대출금리 7%땐…190만명 최저생계비 빼면 원리금 못 갚아

1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 가계대출의 평균 금리(3.96%)가 3%포인트 상승할 경우 차주 1646만명 중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의 소득 대비 수치) 70% 초과 차주는 140만명(357조5000억원)에서 190만명(480조4000억원)으로, DSR 90% 초과 차주는 90만명(253조9000억원)에서 120만명(335만7000억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최근 분석했다.

DSR가 70%를 초과하는 경우는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로 분류되고, DSR 90% 초과 차주는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만 차감해도 원리금을 못 갚는 대출자를 뜻한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에 올라서면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190만명,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만 차감해도 원리금을 못 갚는 사람이 120만명이 된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압박에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연 7%를 초과하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개인사업자 차주가 기한 연장(대환·재대출 포함) 시 최고 연 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연 5%가 넘는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의 금리를 1년간 연 5%로 일괄 감면키로 했다. 하나은행 역시 연 7% 이상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고객의 대출 만기 도래 시 연 7%를 초과하는 금리에 대해 최대 1%포인트를 감면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1∼8등급 고신용 고객에게만 적용하던 조정금리 대상을 전체 등급으로 넓혔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엄포에 내놓은 은행 대책이 일부 차주에 국한돼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신한은행의 연 5% 금리 일괄 감면 혜택 대상은 약 3000명에 불과하는 등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내놓은 ‘125조원+α(알파)’ 규모의 취약층 금융부담 경감 대책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특히 주식·가상자산 등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청년 등에 대한 지원책이라는 비판이 확산하자, 금융당국은 거듭 진화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하며 “가상자산 투자 실패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사업이 안 될 수도 있고, 가정적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투자 실패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정대로 채무를 갚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취약계층 지원방안은 우리 금융시스템에서 운영 중인 채무조정 제도를 보완한 것”이라며 “이미 기존 금융회사의 자기 고객 대상 채무조정,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금융권 공동의 채무조정, 법원의 회생절차 등을 통해 어려운 분들의 재기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지원 재원과 관련해서는 “지원 규모인 125조원이 모두 (정부) 예산은 아니다”며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는 부분도 있고, 예산 지원 없이 대환으로 지원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 불안정 해소를 위한 당국 간 모임도 바빠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첫 회동을 했다. 이 총재와 김 위원장은 물가 상승, 경기 하방 위험 증대,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1.27포인트(1.90%) 상승한 2375.25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글로벌 증시 추락에 서학개미 주식잔고 150억 달러 급감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유량이 지난해 말보다 150억달러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물가 상승,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주식시장이 ‘한파’를 겪는 상황의 일면이다. 다만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주식 거래 상위 종목의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오히려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18일 발표한 상반기 국내 투자자 외화증권 보관·결제금액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835억3000만달러였다. 지난해 하반기 1005억9000만달러 대비 17% 감소한 수치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던 외국 주식 가치가 대폭 감소한 결과다. 외화주식은 62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하반기(779억1000만달러) 대비 19.9%(155억4000만달러) 줄었다. 외화채권은 211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하반기 말 대비 6.7% 감소했다. 전년도 상반기와 비교하면 외화주식은 5.3%, 외화채권은 8.2% 줄어들었다. 

외화주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주식 보관 규모가 상당히 줄어든 여파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677억8000만달러였으나, 올해 상반기 말에는 528억3000만달러로 149억달러가량 줄었다.

국내투자자들의 외화증권 결제금액도 줄어들면서 예탁원을 통한 결제금액은 2079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하반기 2295억1000만달러보다 9.4% 줄었다. 예탁원은 외화주식의 결제금액이 12% 감소했지만 외화채권은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결제금액은 줄어들었지만 거래 상위 종목의 결제액은 늘었다. 국내투자자가 보유한 해외주식 종목 1위인 테슬라의 경우, 국내투자자 보관금액이 지난해 말 154억60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16억3200만달러로 40억달러 가까이 줄었지만, 결제금액은 163억3100만달러에서 214억500만달러로 오히려 늘었다. 올해 상반기 테슬라 주가가 36.3% 하락한 것에 비추어 보면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가를 저가매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를 추종하는 ETF 상품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나스닥 지수의 성과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PROSHARES ULTRAPRO) QQQ ETF’의 결제금액은 140억9600만달러로 지난해 말의 60억9300만달러에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올 상반기 해외주식 결제금액 2위다.

예탁원은 “포스트 코로나19 상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 등 투자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외화증권 투자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외화증권은 권리 행사 시 지급 지연이나 세부정보의 수시 변동 등 예외적 상황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고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형 펀드 순자산 총액은 지난해 말 대비 16조원(14.5%) 감소한 94조8000억원이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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