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원가 모른다"는 정유사, '제품값-원가' 마진은 1년새 9배 올라

김우영 기자 2022. 7.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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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값이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정유업계의 '사후정산' 체제가 꼽히는 가운데, 정유사들은 "기름값의 정확한 원가를 모르기 때문에 사후정산 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들은 원가를 모른다고 주장하지만, 정유사가 도입한 원유 가격과 이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제품 간 가격 차이인 '정제마진'은 1년 전에 비해 약 9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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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값이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정유업계의 ‘사후정산’ 체제가 꼽히는 가운데, 정유사들은 “기름값의 정확한 원가를 모르기 때문에 사후정산 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후정산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임의의 가격으로 기름을 팔고 약 한 달 뒤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주유소업계는 사 오는 기름 가격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떨어졌다고 바로 기름값을 낮추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정유사들은 원가를 모른다고 주장하지만, 정유사가 도입한 원유 가격과 이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제품 간 가격 차이인 ‘정제마진’은 1년 전에 비해 약 9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핵심 수익지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기름값의 원가를 모른다는 정유사가 높은 수준의 정제마진을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이은현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6.13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6월 넷째주 정제마진이 29.5달러까지 치솟았던 점과 비교하면 약 45% 하락했으나, 작년 7월 첫째주의 정제마진의 9배로 올랐다. 정제마진은 4~5달러 수준을 수익분기점(BEP)으로 보고 있어 최근 정제마진이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판매하는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 운영 등의 비용을 제외한 것을 뜻한다. 유가 변동폭보다 휘발유·경유·나프타의 가격 변동폭이 더 크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유가 상승기에는 정제마진이 커지고, 정유사들도 수익성이 좋아진다. 정유사들은 원가를 따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동아시아 시장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의 복합 정제마진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제마진이 여전히 높은 만큼, 올해 2분기에 정유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실적 추정치의 평균)는 1조2740억원이다. 이는 작년 2분기 대비 152% 증가한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경질유(휘발유·경유·등유) 시장의 28.7%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인 SK에너지를 갖고 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S-Oil(010950))은 98% 늘어난 1조12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유류세 인하로 올해 세금이 8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기름값은 제대로 내리지 않고 정유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어 이들의 원가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탄력세율로 세금을 인하하는 경우, 정유사는 정부 요구시 세율 조정 전후 원가를 제출해야 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유류세 인하에도, 납세 의무자인 대형 정유회사들이 이를 소비자 최종 가격에 반영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유사들은 원유에서 휘발유·경유·등유·나프타 등 여러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개별 제품의 원가를 정확히 분리해 산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소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과 판매 가격을 통해 한 마리의 마진을 계산할 수는 있어도, 부위별 원가는 확인이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정유사들의 주장처럼 제품별 원가를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어렵겠지만, 생산수율이나 수입 물량 원가를 통해 일정 부분 계산은 가능할 것”이라며 “원가 정보는 (계산을 못해서가 아니라)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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