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좀비 '칭화유니'.. 파산 신청 1년 만에 정부가 되살렸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었다가 지난해 자금난으로 파산 신청을 했던 칭화유니그룹이 1년 만에 부활했다.
칭화유니는 지난 11일 기업회생 절차를 끝내고, 회장·이사진을 교체했다. 리빈 칭화유니 신임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지금껏 칭화유니의 자회사들은 각자도생했지만, 앞으로는 협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칭화유니는 중국 유일의 낸드플래시 양산 기업인 창장메모리(YMTC)와 세계 모바일 칩셋 시장 4위인 반도체 설계 회사(팹리스) 유니SOC(쯔광잔루이) 등 핵심 반도체 기업 20여 곳을 보유하고 있다.
◇부활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
칭화유니는 198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화대가 설립한 반도체 설계·제조 회사다. 490억달러(약 64조원)에 이르는 국가 반도체 펀드를 등에 업고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을 인수해 덩치를 불렸다. 2015년 미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2016년 YMTC 인수에도 성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 우한의 칭화유니 산하 메모리 공장에서 “반도체는 제조업의 심장으로,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커도 강하다 할 수 없다”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중대 돌파를 이뤄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칭화유니의 과도한 투자는 발목을 잡았다. 부채만 2029억위안(약 40조원)에 달하면서 2020년 11월 첫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알렸고 작년 7월 공식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중국 반도체연구기관인 신메이연구소는 “칭화유니 자회사 YMTC 한곳만 해도 10년간 5000억위안(약1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고, 3년 이후에나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매체들은 칭화유니를 ‘밑 빠진 독’이라고 했다.
‘칭화유니 부활 프로젝트’는 베이징시정부가 주도했다. 작년 1월 칭화유니를 인수 가능한 기업 14곳을 접촉했고, 6월에는 최종 후보 5곳을 추렸다. 인수 조건은 YMTC를 포함한 모든 칭화유니 자회사를 넘겨 받는 것이었다. 이후 중국 정부와 관계가 밀접한 사모펀드인 베이징젠광·베이징즈루가 구성한 컨소시엄이 나타나 약 12조원에 칭화유니를 인수했다. 신임 회장인 리빈은 칭화유니 인수를 주도한 베이징젠광의 투자 총괄 임원으로, 칭화대를 나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SMIC의 고위직을 거쳤다. 일각에선 칭화유니를 사실상 중국 정부가 경영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칭화유니의 자회사들은 파산 절차를 밟는 동안에도 급성장했다. 유니SOC는 작년 2분기부터 글로벌 모바일 칩셋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주춤한 화웨이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물량을 흡수하면서 오히려 순위가 올라간 것이다. 작년에 출시된 삼성의 갤럭시탭A8에도 유니SOC의 칩이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아이폰에 사용할 낸드플래시 공급 업체로 YMTC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자금도 유입
되살아난 칭화유니의 목표는 자회사들 간의 시너지 창출이다. 앞으로 전사 차원의 전략·투자·관리 3개 부서를 신설해 자회사 간의 협업을 효과적으로 지휘한다는 계획이다. 전략 부서는 자본 유치와 자회사 간 협업 조율을 맡고, 투자 부서는 전사적으로 필요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관리 부서는 법무·재무 등 일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칭화유니 자회사들의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칭화유니가 정상화되면서 자금 흐름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애플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 기업인 폭스콘이 지난 14일 자회사를 통해 칭화유니에 약 1조원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투자 규모는 칭화유니 전체 인수 자금의 10%에 가까운 거액이다. 로이터통신은 “폭스콘의 투자는 대만 정부의 반대를 무릅쓴 것”이라고 했다. 경제일보는 “폭스콘 입장에서 칭화유니 투자는 파운드리·설계·패키징 등 반도체 산업의 전방위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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