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국 교총회장 "교권침해 참담, 생활지도법 제정 절실"

신하영 2022. 7.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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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첫 초등교사 출신 정성국 교총회장
"학생인권조례 등 학생인권만 과도하게 강조"
"교사에게 지도권 부여하는 생활지도법 절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어도 교사가 이를 제재할 수 없다는 게 지금의 학교 현실입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 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얼마 전 전북의 한 초등학생이 교사·교감·교장에게 욕설을 하고, 경기도 수원에선 초등학생이 흉기로 교사들에게 위협을 가하면서 교권침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정 회장은 “예전에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으면 벌을 세웠지만 지금 그렇게 하면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는다”며 참담함을 호소했다.

정 회장은 교총 75년 역사상 처음으로 초등교사 출신 후보로 지난달 교총회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평교사 출신으로는 2007년 서울 잠실고 교사 출신인 이원희 회장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1971년 생으로 부산교대 졸업 후 1998년부터 교편을 잡은 정 회장은 24년간 평교사로 재직했다. 그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교권침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학생생활지도법 제정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 △스승 존경 문화 회복을 꼽았다. 학생생활지도법은 교사의 정당한 학생지도가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부터 면책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장치다. 정 회장은 “학생인권은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과도하게 강조돼 온 반면 교권은 추락했다”며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맞추고 스승 존경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권침해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최근 경기도 수원에선 초등학생이 흉기로 교사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런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교사가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다보니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 참담한 심정이다. 예전에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으면 벌을 세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는다. 교총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학생생활지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혐의 등에서 면책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보호장치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학생 행동을 학교생활부에 기재할 수 있게 하고, 교사를 공격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된다. 물론 반복적으로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근본적으로 치유·교육토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법·제도가 있더라도 스승을 존경하는 문화가 회복되지 않으면 교권침해 근절은 어렵다. 선생님들이 소신과 열정을 갖고 가르치려면 스승을 존경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며 그래야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갈수록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심화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저출산 현상으로 외동 아들·딸이 늘면서 가정에서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경향이 생겼다. 우리 아이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주의도 확산했다. 과거에는 아이가 교사에게 벌을 받으면 자기 아이의 잘못부터 살폈지만 지금은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 아이들 간의 싸움이 학부모 간 소송으로 비화되는 일도 많다. 선생님이 학생 간 갈등이나 싸움을 중재하면 왜 자기 애한테만 뭐라고 하느냐는 학부모 민원이 쏟아지고 이에 교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교사가 소신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교권은 추락한 반면 학생인권은 과도하게 강조돼왔다. 학생인권조례가 대표적 사례다. 이는 학생에 대한 체벌금지·소지품검사금지·집회자유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조례로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경기·제주 등 7개 교육청으로 확산했다. 교육감직선제 도입 후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를 시행하지 않는 시·도에도 학생인권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분위기가 퍼졌다. 이제는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른바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2014년 전국에서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지필고사가 사라졌고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자유학년제로 1년간 시험을 보지 않는다. 부유한 학생들은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지만 사교육을 못 받는 학생들은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서야 자기 실력을 알게 된다. 환자도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정확한 병명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꾸준히 시험을 봐야 교사가 해당 학생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적절히 지도할 수 있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으니 사교육 의존도만 더 커졌다. 중장기적으로는 ‘학급 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면 교사가 개별 학생을 밀착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국가전략회의를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중 일부(3조6000억원)를 대학에도 투자한다고 해 논란인데.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내국세 증가로 10년 전보다 2배 늘었다는 이유로 교부금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지금도 전국 초중고교 중 학급인원이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4만개를 넘으며, 초중고 건물의 40%가 30년 넘은 노후건물이다. 학생 체격은 변했는데 책걸상 중 30%는 구입한 지 10년이 넘었고 석면교실은 아직 절반도 철거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중고 교육에만 쓸 수 있게 한 교부금을 빼내 대학에 투자한다는 것은 유·초·중등 교육환경 개선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지금도 열악한 학교가 많은데 이런 학교 현장을 살펴보고 교부금 감축을 운운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윤석열 정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은 것 같다.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존치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지금은 다양한 교육이 필요한 때다. 학생마다 적성·능력·재능이 다 다르다. 고교 과정에선 학생들의 이런 개별적 특성을 발전시켜주는 다양한 유형의 학교가 필요하다. 물론 일부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입시기관화됐다는 비판도 수용해야 한다. 이는 교육청이 5년 주기로 하게 돼 있는 운영성과평가를 통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지, 일괄 폐지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오히려 정권 교체 시마다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할 수 있는 부분을 바꾸는 교육법정주의가 필요하다. 아예 초중등교육법에 고교유형을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 등으로 명시, 정권에 따라 함부로 특정 유형의 고교를 없애거나 살릴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교총은 고교학점제 유예를 건의했지만 새 정부는 2025년 전면 시행은 그대로 둔 채 수정·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제도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보해주려면 과목 수가 늘어야 하고 교사도 충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향후 교사 수를 감축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는 엇박자가 나는 정책방향이다. 고교학점제는 우리 고교교육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변화인데 준비가 미흡하다. 교원 확충도 필요하지만 선택과목에 따라 교실을 달리해 수업받으려면 공간도 확충해야 한다. 아직 학교현장은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할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전면 시행 시점을 미루더라도 좀 더 세밀한 검토를 거쳐 학교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사진=방인권 기자)
정성국 회장은...

△1971년 부산 △부산교대 △부산교대 교육대학원 석사 △부산 토현초·성북초·동원초·남천초·교리초 교사 △신라대 사회교육원 전임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부산초등영어교육연구회 부회장 △부산 해강초 교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38대 회장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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