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프로파일러의 몰락..여제자들 조종, 성범죄 의혹까지

이지선 기자 2022. 7. 1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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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학회 내에서 신급..가스라이팅 1인자"
전북경찰청, 박 경위 피의자 전환해 조사 착수
© News1 DB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최면으로 사람을 조종할 수는 없습니다. 잠재의식과 무의식에 들어가도 20~30%의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최면 전문가로 잘 알려진 프로파일러 박모 경위(50)가 한 방송에 나와 한 말이다. 하지만 박 경위의 방송 밖에서 생활은 자신의 말과는 달랐다. 그는 '박 교수'로 제자들 위에 군림하며 최면 없이도 사람들을 조종해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현재 박 경위는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앞세워 여성 제자들에게 안마를 시키거나, 포옹, 손잡기, 특정 부위 만지기, 입맞춤, 성폭행 등 각종 성범죄와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한때 잘나가던 경찰관에서 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인 박 경위는 해군 수사관으로 일하던 지난 2002년 법최면수사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군복을 벗은 박 경위는 2007년 경찰청 2기 범죄심리분석관으로 특채 임용됐다.

경찰복을 입은 그는 '경기남부 연쇄살인 사건'과 '고준희양 살해·유기 사건' 등 주요 굵직한 사건에서 최면을 통해 단서를 찾아내며 그야말로 '해결사'로 활약했다. 강단에서 '법최면'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박 경위는 시사 프로그램에 법최면 수사 전문가로 다수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한 TV드라마에서는 '법최면 수사관'으로 등장해 최면을 유도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명성은 박 경위에게 독이 됐다. 피해자들은 박 경위가 지위를 이용해 경찰 조직 밖에서 만난 사람들을 자신만의 왕국으로 끌어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경위는 10여년간 '한국최면심리학회'의 교육 이사를 맡아 사실상 이 학회를 운영해왔다. 대학에서 심리학이나 상담학, 법학 등 특정 분야를 전공한 이들에게 교육비를 받고 '임상최면사'라는 자격증을 발급해주기도 했다. 현재 박 경위를 둘러싼 각종 범죄 의혹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2019년 처음 지인을 통해 박 경위를 알게됐다는 한 피해자 A씨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해자들이 겪은 일들을 털어놨다.

A씨는 "박 경위가 여러 방송에 나온 것들을 보여주면서 스스로를 최면 전문가이자 프로파일러라고 소개했다"며 "그런 것들을 보니 신뢰가 갔고 박 경위의 권유로 1년 정도 학회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박 경위는 회사로 따지면 사장이나 대표를 넘어선 회장급이었고, 종교단체로 따지면 목사님이나 신부님도 아닌 신급이었다. A씨는 학회 안에서 제자들은 그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A씨는 "박 경위가 최면 일인자라 그런지 세뇌와 그루밍에 굉장히 능했다"며 "가스라이팅으로는 국가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살이 쪘다면서 회원들의 허벅지나 팔, 허리, 옆구리를 꼬집는 것은 예삿일이었다"며 "피해자들을 방으로 불러내서 껴안거나 차 안에서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밀감을 형성해야 된다고 하면서 오빠라고 부르게 하고 안마를 시키기도 했다"며 "가슴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거나, 실제 성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경찰청/© 뉴스1 DB

전북경찰청은 박 경위가 자격기본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판단,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또 이날 박 경위를 직위해제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자격증 발급 관련 위반 사항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이를 근거로 종합적인 판단을 할 때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돼 직위해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비위와 관련해서는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경찰에 고소·고발이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성범죄 관련 피해자들의 고소·고발이 접수되는 대로 면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전북경찰은 박 경위가 민간 학술 단체를 통해 허가 없이 영리활동을 벌인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 13일 감찰에 착수한 바 있다.

박 경위는 이밖에도 논문 대필이나 각종 심부름 등 사제 관계를 이용한 여러 형태의 갑질을 벌인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뉴스1 취재진은 박 경위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현재 박 경위는 의혹을 소명할 수 있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위는 일부 언론 취재가 시작된 후 연차를 내고 출근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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