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막장 드라마 시청률 높아" 이강택 TBS대표 "우리가 막장이냐"

정철운 기자 2022. 7. 1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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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업무보고에서 "언론탄압이라고 하면 협상 안 된다" 압박
청취율 높다는 반박에는 "막장 드라마가 원래 시청률 높다"
국힘 비판하는 TBS 구성원들 '이강택 대표 사퇴' 여론? 의미는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전원이 지난 4일 '서울시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시의회에 발의해 TBS 재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시 출연금 지원 근거가 사라질 처지다. 이강택 TBS 대표가 18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조례안을 놓고 국민의힘 시의원들과 설전을 벌인 가운데, TBS 내부에선 이강택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도 등장했다.

▲18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 중계 화면 갈무리.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이날 이강택 대표를 '집중 공략'했다. 이종배 시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가리켜 “진행자가 한쪽이고 구성도 한 쪽이고 논조도 한쪽으로 간다. 시민들이 고통스럽다”면서 “이 대표는 김어준에게 편파적이란 낙인이 찍혔다고 인터뷰했다. 이 대표가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성호 시의원은 “조례에 대해 불만 가질 필요 전혀 없다. 김어준 잡자고 시의원들이 이러는 게 아니다. 더 좋은 방송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다. 언론탄압이라고 하면 협상이 안 되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강택 대표가 <뉴스공장>을 비롯해 TBS 청취율이 높다며 반박하자 이종배 시의원은 “막장 드라마가 원래 시청률이 높다”고 받아쳤다. 이에 이 대표도 질세라 “우리가 막장이라서 그렇습니까?”라며 응수했다. “김어준이 물의를 일으킨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내부에서 김어준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논의를 한 적 있나”라는 이종배 시의원 질의에는 이 대표가 “편성 책임자를 통해 계속 경고하고, 제작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제작진 교체 등 다양한 조치를 했다”고 답했다. 이에 이종배 시의원은 “그런데 김어준씨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시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한 부정적 여론도 언급했다. TBS노동조합이 지난 10일 조합원 207명을 대상으로 이강택 대표 사퇴 요구 의사를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39명 중 109명(78.4%)이 '사퇴 요구'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가 지난 13일 조합원 92명을 대상으로 투쟁 방향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선 응답자 64명 중 40명(62.5%)이 '언론탄압 프레임으로 투쟁하는 동시에 이강택 대표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강택 TBS 대표는 이 같은 여론에 “대통령 지지율도 등락한다. 구성원들의 정서나 의견은 유심히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발행한 TBS 사보에서 “시장과 시의회 구성이 바뀌었다고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공영방송사를 통째로 없애겠다는 건 명백한 언론탄압”이라고 비판한 뒤 직원들을 향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언론인으로서 여러분의 자존감과 소중한 일터를 굳건히 지키는 일이다. 거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 임기는 2023년 2월에 끝난다.

TBS 구성원들 사이에선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서울시의회와 연일 각을 세우는 이강택 대표의 존재가 TBS 조례 폐지 조례안을 '무마'시키는데 현실적으로 불리하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공장>을 비롯한 프로그램 편성 전반을 재점검하기 위해선 이 대표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있어 보인다. 구성원들이 청취율 1위 <뉴스공장>과 300억 원이 넘는 서울시 출연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TBS.

TBS 대표의 거취에 대해선 판단이 엇갈리지만,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에는 구성원들 의견이 일치하는 모양새다. 기자협회PD협회방송기술인협회아나운서연합회 등 TBS 직능단체는 18일 공동 성명을 내고 “TBS 조례 폐지안은 말 안 듣고, 불편하면 종이 한 줄로 밟아버리겠다는 겁박”이라면서 “집권 여당의 행보는 지역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폭력적 협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김종길 대변인이 TBS 조례폐지안을 가리켜 “자업자득이고 TBS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라 밝힌 것에 대해 “TBS의 역할과 수명을 의회가 규정하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지 되묻고 싶다. 그동안 TBS가 제공하는 생활 정보, 교양 문화 콘텐츠를 누렸던 시민의 목소리에 시의회는 귀를 닫고 자기주장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TBS 조례 폐지는 KBS와 MBC를 겁박하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이 와중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교통방송이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데 민주당에 완전히 경도된 인사가 편파적으로 운영을 했다”며 “이런 것이 진짜 방송장악”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TBS 구성원들은 지역 공영방송의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를 폄훼하려 하지 말라”면서 “여당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어처구니없는 망언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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