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재일교포들 "지상낙원이라 믿었던 北, 사람 살 곳 아니었다"
“겨울인데 사람들이 양말도 없이 다녔어요. 사람 살 데가 아니구나 싶었죠.”
18일 오후 3시 ‘재일교포 북한 귀국 탈북자 50인의 기억 발표회’가 열린 서울 중구 통일과나눔재단 북카페. 히로시마에 살다 1960년대 ‘귀국선’을 탔던 재일교포 박영숙씨가 북한에 도착해 받은 첫인상을 말하자 참석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씨는 “마중 나온 오빠가 ‘여긴 왜 왔어. 거기서 잘 살지. 여기 오면 고생 시작이야’라며 질책했다”고 했다. 이렇게 말한 오빠는 이후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1999년 탈북한 박씨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날 행사는 ‘북한 귀국 재일교포 기억 기록회’가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의 후원을 받아 지난 4년간 진행한 50명의 탈북 귀국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1960년대 초 야마구치현에서 귀국한 이태경씨는 “평남 대동군에 배치됐는데 모든 것이 고통스러웠다”면서 “먹을 게 부족하고, 간식도 없어 힘들었다. 비 오면 비옷도 없고, 원시 화장실에서 냄새가 심하고, 집 안에 빈대가 득실거렸다”고 말했다.
한국 거주 재일교포 3세인 박향수씨는 “1996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조총련계 열성 분자의 가정이었지만 일반 주민과 접촉을 허용하지 않고, 보위부원이 상시 감시했다”며 “1967년 귀국해 평양에 거주하던 외삼촌은만날 수 없었는데 나중에 ‘말을 잘못해 요덕수용소에 끌려가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모임’ 사무국장은 “북이 지상낙원이란 선전을 믿고 귀국선에 올랐던 사람들은 청진에 내려 실상을 확인하고 ‘다시 일본에 보내달라’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영선 통일과나눔 이사장은 “재일교포 귀국자 9만3000여 명이 북한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지금까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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