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사망자 40%, 고통스러운 연명치료 받다 숨져
최근 3년간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숨진 성인 환자 10명 중 4명은 생애 마지막 24시간 동안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를 받고 ‘편안한 죽음’에 이른 환자는 10명 중 3명에 그쳤다.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와 김정선 세종충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2018~2020년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질병으로 숨진 성인 환자 222명을 대상으로 생애 말기 의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응급실에서 숨진 환자 39.6%는 죽기 전 하루 동안 ‘특수 연명치료’를 받았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 등 이른바 편안한 증상 조절(Comfort care)을 받은 환자는 31.5%였다.
이는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며,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상대적으로 덜 고통스러운 ‘좋은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다.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뒤 많은 환자들이 임종 과정에 연명의료로 인한 불필요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자료에서는 사전 돌봄, 즉 죽음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란 걸 나타낸다. 응급실 내원 전 사전 돌봄 계획에 대해 논의한 환자는 21.2%(47명)였다. 67.6%(150명)는 내원 후 했고, 나머지는 아예 하지 않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문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나 임종 과정 환자가 의학적 진단을 받고 연명의료를 중단한다고 밝혀 담당 의사가 작성하는 문서. 연구진은 이 같은 연명의료 법정 서식을 작성한 환자들은 그러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응급실에서 중증 치료보다는 편안한 증상 조절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사망 전 본인 의사를 밝힌 환자는 27.0%(60명)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연명의료 법정 서식을 작성하지 않고 사망한 환자 비율은 2018년 90.2%에서 2019년 53.5%, 2020년 27.6%로 해마다 줄어들어 환자들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과 이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전국 330개 종합병원·요양병원 등에만 윤리위가 설치돼 있다. 전체 병원의 10%에 불과하다.
연명의료 법정 서식을 환자가 아닌 가족이 작성하는 경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환자 가족 2명과 의사 2명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제약이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하지 않으면 병원은 강제로 중단할 수 없다. 70대 말기 암 환자 A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응급실로 이송됐다. 담당 의사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환자가 직접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했다. 그러나 A씨는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환자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기 상태에만 적용 가능하다. 해당 병원 윤리위가 환자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가족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A씨는 각종 관들을 삽입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3주나 더 견디다 세상을 떠났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명예교수는 “의료진과 가족 의견이 일치하는 비율은 40%, 환자와 가족의 의견 일치율은 65% 수준”이라며 “본인은 연명의료 대상이 되는 걸 반대하지만 가족 대상일 때는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연구팀은 만성 중증 질환자의 경우, 이른 시기부터 적극적인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연계해 응급실보다는 죽음의 질이 좋은 임종 돌봄을 할 수 있는 장소에서 숨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신혜 교수는 “응급실 임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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