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내리고 증권거래세 깎아준다

김경필 기자 2022. 7.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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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주요 세금 감세 합의

국민의힘과 정부가 18일 경제 성장 둔화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세금 대다수를 감세(減稅)하기로 했다.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대다수 조세 항목의 세율을 낮추거나 과세표준구간을 조정하고 감면 범위를 확대해 세금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2022 세제개편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등 정부·여당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2022 세제개편안 당정 협의회’를 열고, 감세를 기본 방향으로 하는 조세 제도 개편에 합의했다. 정부는 오는 21일쯤 구체적인 개편안을 발표하고, 하반기 중으로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당정은 먼저 기업과 개인의 소득에 매겨지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기업 소득에 부과되는 법인세는 현행 25%인 최고 세율이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22%)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22%도 OECD 국가 평균인 21.5%보다 높다며 정부에 추가 인하를 요청했다.

개인 소득에 부과되는 소득세도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소득 중 1200만원 이하에 대해선 6%, 1200만~4600만원 구간에는 15%, 4600만~8800만원 구간에는 24% 세율이 적용된다. 15년째 그대로인 이 과세표준구간을 부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구간의 상한선을 높여서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다.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도 기획재정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세 부담 경감 방안을 주문했고, 기재부는 현행 과세표준구간을 고치겠다고 했다.

부동산의 보유와 처분 시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도 세율이 인하되거나 감면 특례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양도소득세는 이전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세율이 인상됐고, 재산세는 세율 조정이 없었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과되는 세액이 크게 늘었었다. 이를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시장 관리 목적으로 과도하게 활용돼 온, 징벌적인 부동산 세제 체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정은 기업 소유자가 지분을 상속할 때 부과되는 상속세·증여세에 대한 감면 특례도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사람으로부터 기업 지분을 물려받은 사람이 이를 처분하지 않고 장기간 유지하면 ‘가업(家業)’을 이은 것으로 간주해 상속세·증여세를 감면해줬는데, 이 감면 요건을 완화해 기업 경영이 승계로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밥값으로 지급하는 금액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매기지 않는 한도를 현행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유류세와 증권거래세 세율도 각각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정부가 여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세제 개편안을 확정하면, 주요 조세 항목 가운데 부가가치세와 관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조세가 감세되는 것이 된다. 소득세·법인세·증권거래세·종부세와 유류세 관련 교통에너지환경세·개별소비세는 세율이 인하되거나 과세표준구간이 조정되고, 상속세·증여세는 감면 범위가 확대된다. 농어촌특별세와 교육세도 다른 조세 부과액에 연동되도록 돼 있어 자동적으로 감세된다. 지난해 기준 국세 수입 344조원 가운데 이번 감세안의 영향을 받는 조세 항목의 범위는 약 260조원(75%)에 달한다.

당정이 이렇게 포괄적인 감세 카드를 꺼내든 것은 날로 악화하는 대내외 경제 여건에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감세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전 정부 때처럼 나랏돈을 대규모로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고,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금리 인상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또 10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 부채를 더욱 늘려 정부의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추 부총리는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고물가의 복합 위기”라며 “세제의 합리적 재편으로 민간·기업·시장의 활력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권 대행은 “어느 정도 세수 감소를 감내하더라도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민생 경제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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