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동체' 트럼프·펜스, 애리조나주지사 경선서 또 대리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의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부통령으로 한때 정치적 운명공동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나설 공화당의 애리조나주지사 후보로 전직 앵커를 지지하자, 펜스 전 부통령은 변호사 출신의 경쟁자를 지지하며 맞불을 놓으면서 당내 경선에서 대리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펜스 전 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공화당 애리조나주지사 후보로 카린 테일러 롭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펜스 전 부통령은 성명에서 "애리조나주 민주당은 무모한 바이든·해리스 의제를 추구한다"며 "롭슨은 애리조나의 국경과 거리를 안전하게 지키고 학부모에게 권한을 주고 훌륭한 학교를 만들며 보수 가치를 촉진할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리조나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롭슨 역시 이날 트위터에 펜스의 지지를 받아 영광이라며 "그는 생명의 존엄성과 작은 정부, 법과 질서, 모두를 위한 기회 등을 위한 전사였다. 그가 우리 팀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언급했다.
현직 애리조나주지사인 덕 듀시 역시 이달 초 롭슨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9월 일찌감치 폭스 10 뉴스 앵커 출신 캐리 레이크를 자신이 지지하는 애리조나주지사 공화당 후보로 낙점했다.
레이크는 지난 대선을 도둑맞았다는 트럼프의 선거사기 주장을 퍼뜨려온 인물이다.
그는 최근에도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은 채 수천 건의 부정투표가 지난 대선에서 발생했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선거 시스템이 뼛속까지 썩었다"고 주장했다.
펜스 전 부통령이 지지한 롭슨 역시 지난 대선이 공정하지 않다고는 했지만, 사기라고 표현하는 것을 자제하면서 트럼프 측 주장과는 거리를 둬왔다.
이를 놓고 레이크 측은 롭슨을 허울뿐인 공화당원이란 뜻으로 트럼프가 즐겨 쓰는 '리노'(Republican in name only)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지난주 발표된 하이그라운드 퍼블릭 어페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레이크는 39%, 롭슨은 35%로 호각세를 보였다. 이는 레이크가 두 자릿수로 크게 앞서가던 지난 4월보다 상당히 좁혀진 것이라고 더힐은 전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주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신승하면서 대권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곳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2일 애리조나 북부지역에서 지원 유세를 하며, 펜스 전 부통령 역시 같은 날 애리조나주의 국경 지역과 피닉스를 방문한다.
트럼프와 펜스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 치러진 조지아주지사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는 데이비드 퍼듀 전 상원의원을 밀었고, 펜스는 현직인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를 지지하며 대립했다.
트럼프와 펜스의 첫 주요 대리전으로도 불린 이 예비선거에서 켐프 주지사가 퍼듀를 압도하면서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 확정돼 재선에 도전하게 됐다.
이러한 대리전 이면에는 2024년 대선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이미 밝혔고 공식 출사표를 언제 던질지에 대한 시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아직 대선 출마에 대한 직접적인 의견을 표명하고 있진 않지만 "부름을 받는 곳이면 어디든 갈 것"이라며 출마를 시사해왔다.
각자가 대권을 꿈꾸면서 그 전초전으로 중간선거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해 자신의 영향력을 조금씩 확대해가는 모양새인 셈이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직후인 작년 1월 6일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당일 당시 부통령으로 의회 합동회의를 주재하는 펜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선거 결과를 인증하지 말 것을 종용했지만, 펜스는 이를 거부했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애리조나주지사 공화당 예비선거는 다음 달 2일 열린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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