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다른' 작곡가 삶 그린 오케스트라의 불꽃

김진형 2022. 7. 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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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일반적 구성 탈피 신선함 더해
'마스크' 연상 가면무도회 모음
위로하는 듯한 라흐마니노프
모차르트 삶 영화처럼 표현해

‘드림팀’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명불허전이었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지난 15·16일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모차르트 협주곡의 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주제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선보였다. 명성에 걸맞는 수준급 무대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고 다시 한 번 기록될만한 연주를 남겼다. 서곡, 협주곡, 교향곡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공연 구성에서 탈피, 프로그램의 신선함도 더했다.
 

▲ 지난 16일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공연 모습.

■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16일 공연에 나선 지휘자 알베르토 곤잘레스 몬하스는 몸 전체가 음악이었다. 과하게 표현하자면 영화 ‘킬빌’의 주인공 같았고, 그만큼 열정적이었다. 몬하스는 이날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을 시작으로 하차투리안 ‘가면무도회 모음곡’,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순간마다 주저하지 않고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음색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포디움에서 한참을 뛴 지휘자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입가의 미소에서 공연이 성공적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장엄한 왈츠 풍으로 시작된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 모음곡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떠올랐다. 가면 쓴 이들의 ‘웃픈’ 무도회는 숨막힐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현악기는 슬픔과 기쁨 사이의 복합적인 에너지를 표출했고 관악기가 이를 더욱 큰 규모로 확대했다. 몬하스는 지휘봉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악장 박지윤의 유려한 독주 구간과 ‘난장’의 요소가 섞인 삐에로의 광기 어린 춤은 부조화 속의 조화로 들렸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한계를 넘어서는 일종의 ‘필살기’였다. 오케스트라는 작곡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거대한 교향곡 속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출했다. 아다지오 3악장은 서정의 극치였다. 조성현의 플루트는 드라마를 연출했고, 현악기도 물결치듯 요동쳤다. 마치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괜찮아, 너 고생한거 다 알아’라고 전하는 듯한 속삭임이었다. ‘어둠에서 광명으로’라는 클래식의 단골 주제도 드러났다. 4악장에서는 앞서 연주된 주제 선율을 버무리며 축제처럼 마무리 했다. 맨해튼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관객 김민선 씨는 “대중들에게 접근하기 좋은 곡이어서 재밌게 즐겼다”며 “디테일에 신경 쓴 모습에서 단원들의 출중한 실력을 느꼈고 지휘자의 표현력도 좋았다”고 했다.

■ 모차르트 협주곡의 밤

마냥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모차르트가 아니었다. 사무침과 쾌활함은 결코 다르지 않았다. 15일 공연에서는 젊은 시절 궁정음악가에서 안정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 빈으로 향했던 모차르트의 삶이 영화처럼 그려졌다. 바이올린 플로린 일리에스쿠가 30여명의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리드하는 가운데 5명의 협연자가 무대에 올랐다.

첫 주자로 나선 베를린필 악장 다이신 카시모토는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협연, 깔끔한 활놀림과 명쾌한 연주력을 선보였다. 이어 바이올린 로베르트곤잘레스 몬하스와 비올라 스베틀린 루세브가 서로 등을 맞대며 오랜 친구 같은 호흡을 선보였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서로의 소리에 집중하고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앙코르에서는 두 연주자가 악기를 바꿔 연주, 관객 호응이 쏟아졌다.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트럼펫 협주곡은 과거로의 회상 같았다. 알렉상드르 바티가 연주하는 트럼펫의 높고 맑은 음색은 두 부자의 행복했던 시간을 연상시키면서도 이후 이어질 갈등을 예고했다.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 21번에서는 알레시오 백스가 등장했는데 객석을 등진 피아노 배치가 눈길을 끌었다. 지휘자가 없는 연주회에서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을 위한 선택으로도 보였는데, 덕분에 오른쪽 측면 관객들도 피아니스트의 타건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백스의 피아노는 마지막까지 밀어붙이는 모차르트의 저력을 그대로 발휘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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