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쑥부쟁이 꽃밭에 앉아
2022. 7. 18. 23:48
진란
어느 결에 사라진 쇄골 생각에
이제 다시는 그대와 숨 가쁜 연애도 못하겠다고
주름진 눈가 하얀 소금강을 그려놓고
여자는 늘 쇄골 생각, 그대는 쇄골 아래 숨골 생각
오늘은 어쩌자고 꽃을 바라보다가 쇄골 생각이네
촉촉한 살결이,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저 꽃잎
한때 보드라운 입술에 밀봉도 많았었다고
꽃등에가, 꿀벌이 왱왱거리는 한낮, 어쩌자고 나는
꽃의 쇄골 생각에 빠져 귀울림 낭자하던 그 한낮의 정사
홀로 낯 붉어지며 쑥부쟁이 쓰러진 꽃밭에 숨어
사라진 쇄골 생각, 골똘해지네
이제 다시는 그대와 숨 가쁜 연애도 못하겠다고
주름진 눈가 하얀 소금강을 그려놓고
여자는 늘 쇄골 생각, 그대는 쇄골 아래 숨골 생각
오늘은 어쩌자고 꽃을 바라보다가 쇄골 생각이네
촉촉한 살결이,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저 꽃잎
한때 보드라운 입술에 밀봉도 많았었다고
꽃등에가, 꿀벌이 왱왱거리는 한낮, 어쩌자고 나는
꽃의 쇄골 생각에 빠져 귀울림 낭자하던 그 한낮의 정사
홀로 낯 붉어지며 쑥부쟁이 쓰러진 꽃밭에 숨어
사라진 쇄골 생각, 골똘해지네
지천으로 핀 쑥부쟁이를 바라보는 한낮입니다.
꽃등에와 꿀벌이 꽃잎에 숨어 있는 촉촉한 살결을 만지며
꽃 속으로 들어갑니다.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여린 꽃잎을 보고 있자니
젊은 날의 내가 보이는군요.
툭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쇄골을 지닌 나는
그와 쑥부쟁이 핀 산등성이에 앉아 있었지요.
꽃의 촉촉한 살결, 보드라운 입술을 빨며 왱왱거리는 꽃등에와
꿀벌이 마냥 부러웠지요.
어느 결에 사라진 쇄골. 그리고 주름진 눈가.
이제 쇄골에서 숨골로 올라가는,
숨골에서 우주를 향해 주파수를 보내는 나이가 됐습니다.
쑥부쟁이 쓰러진 꽃밭에서 나는 그 옛날을 생각하며 홀로 낯을 붉힙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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