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러시아.. 수단에 해군기지 건설 계획 좌초
아프리카 북동부 수단에 해군 기지를 마련하려던 러시아의 계획이 좌초했다고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최근 보도했다. 수단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연결되는 홍해에 면한 나라다. 이곳에 해군 기지를 건설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는 홍해에 영향력을 미치고, 아라비아반도와 페르시아만은 물론 멀리 인도양까지 해군 행동반경을 넓히겠다는 러시아의 전략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FP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7년 수단과 협상을 시작, 2년 만인 2019년 해군 기지 건설 협정을 맺는 데 성공했다. 수단의 최대 무역항인 ‘포트 수단’에 러시아 해군 300명을 상주시키고, 군함 4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골자였다. 러시아는 이 과정에서 수단을 30년간 통치해온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에게 상당한 공을 들였다. 푸틴 대통령이 그를 직접 만나 설득하고, 전투 헬기 같은 무기도 헐값에 넘겼다.
하지만 2019년 알바시르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해군 기지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극심한 경제난과 물가 급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군사정부가 새로 들어섰다. 다급해진 러시아는 2020년 12월 해군 기지 건설 협정을 맺은 사실을 공개하고, 새 정부에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수단 새 정부는 “이전 정권에서 추진된 일이고, 의회 비준도 받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지난해 10월 또다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수단에 새 정권이 들어서자 러시아는 해군 기지 사업 부활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권 1·2인자의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군부 최고 지도자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은 친(親)러 성향인 반면, 이인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은 서방 및 아프리카 주변국과 관계를 고려해 러시아 요구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FP는 미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 “이후에도 상황이 진전되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해군 기지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ACSS)는 “(기지 건설로) 러시아가 얻을 전략적 이득에 비해 수단이 러시아로부터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을 수단 군부가 깨달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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