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따라가는 이재명, 당권 잡아 위기 돌파하나 [뉴스+]

김건호 2022. 7. 1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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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당내 반목·사법리스크·국민 선택 고비
당권 도전장.. 대권 재도전 위해 필수코스
각종 수사 진행중.. 실패시 궁지 처할 수도
당선 가능성 크지만 97그룹·친문 공세 ↑
“이번에 당 대표가 안 되어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다음 제 역할은 없다.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제 앞에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대표경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2월5일 “위기의 야당 대표를 맡는 건 벼슬이 아니라 십자가라고 믿는다”며 이처럼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세 번의 죽을 고비는 전당대회 승리와 당 혁신, 총선 승리였다.

패배한 대선후보와 방탄 당선 국회의원이라는 일각의 색안경에 맞서야 하는 이재명 의원에게도 문 전 대통령 못지않은 고비가 기다린다. 당장 전당대회를 앞두고 갈라진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의 반목과, 자신과 당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는 사법리스크, 그리고 국민의 선택이다.

◆“대선 패배 책임지겠다” 당권 도전장 내민 이재명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당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 책임지는 행동이다.”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 의원은 당권을 도전하며 이처럼 말했다. 자신에 대해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를 역이용한 것이다. “책임지고 앞으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게 이 의원이 내건 명분이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은 이미 예정돼있던 일이다. 친문재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의 당권 도전을 반대하는 의견들이 쏟아졌지만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당권 도전 의지는 확고했다.

초선 이재명이 가는 길은 문 전 대통령의 길과 유사하다. 문 전 대통령도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후 초선 국회의원,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가 됐고, 이듬해 민주당을 20대 총선 승리로 이끈 뒤 19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런 방식은 이 의원에게도 적용된다. 그는 지난 대선후보 시절부터 유지해온 친명계 조직과 외곽 지지자들을 필두로 당권을 장악한 후 대권으로 가는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대권 재도전으로 가는 길에 당권은 그에게 필수코스다. 이미 대선 패배라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가 대권 재도전에 나서기 위해서는 당 내부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문계를 비롯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당내 계파들을 정리하고,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향후 총선 공천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 대표라는 지위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 창고에서 연세대 청소노동자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되면 죽는다” 사법리스크 탈출 위한 사투

어쩌면 이번 당권 도전은 이 의원의 정치생명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일지 모른다. 그를 옥죄고 있는 각종 사법리스크에서부터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가 이번 당권 도전에 성공한다면 계획대로 대선 가도를 달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당장 수사당국에 소환되는 상황까지 더해지며 궁지에 처할 수 있다.

사법리스크는 현재 이 의원 개인적으로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는 “비 오는 날 먼지 날만큼 십수년간을 탈탈 털렸다”며 “정적을 공격하려는 과도한 음해는 자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민주주의 후퇴와 공권력 남용을 확실히 막겠다”며 수사에 대한 확고한 대정부 투쟁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에게 이번 당권 도전은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가능성이 있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야당을 향한 여권의 정치 공세 프레임에 맞서 당 차원 대응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칼자루를 쥔 쪽은 정부와 여당이다. 최근 수사당국의 기조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강경 기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당권을 쥔다 하더라도 이 의원이 수사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찰은 앞서 이 의원이 지난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불체포 특권 논란이 일자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지난 5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대해 ‘무당 굿하듯 보복수사다’, ‘소가 웃을 일’이라고 애써 일축하곤 있지만, 실상 그를 향한 혐의의 무게는 상당하다.

현재 수사당국은 전방위로 이 의원들 둘러싼 각종 수사를 진행 중인데, 큰 줄기만 해도 쌍방울 그룹과 관련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대장동 의혹,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 의원의 자택 옆집을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얻어 비선캠프를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어대명’ 속 이재명 공세수위 높이는 97그룹·친문

민주당 안팎의 분석대로 ‘개딸’(개혁의 딸)로 상징되는 열성 당원들의 지지와 친이재명계의 맹목적인 충성을 받는 이 의원의 당 대표 당선 가능성은 커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처럼 이 의원의 압승을 예측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미 지난 대선을 거치며 당내 의원과 권리당원 다수가 이 고문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이재명계’가 장악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의원.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목을 받는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과 친문계 후보들의 후보 단일화에 따라 전당대회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을 향한 책임론과 비판이 계속될 경우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고 해도, 민주당으로서는 결국 상처뿐인 승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의원이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자마자 97그룹·친문계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연일 이 의원을 공격하고 있다.

97그룹 후보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선언, 이재명은 있고 국민은 없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관한 염려는 있지만 민주당의 정치적 미래에 관한 숙고는 없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이 의원을 향해 “후보로서 대선 패인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해달라,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지방선거 패인을 성찰해달라”고 했다.

친문계 설훈 의원도 “목숨 같던 청렴과 도덕성은 민주당을 향한 비아냥과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도 부정하고 외면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했지만, 반성도 혁신도 하지 않은 채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고 이 의원 출마를 에둘러 비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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