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포르쉐, 이젠 망했다"..욕먹던 '카이엔', 없었으면 '포람페' 어쩔뻔 [카슐랭]
포르쉐 판매 1·2위는 모두 SUV
슈퍼카·럭셔리카도 먹여살렸다
포르쉐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순간 이동했다.
첫 출발은 악담으로 시작했다. 2002년 첫 선을 보이자마자 자동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톱기어는 "런던 서부의 멍청한 사람들만 타고 다닐 자동차"라고 혹평했다.
'스포츠카 아이콘' 911처럼 날렵하고 강력한 '낮은 차'에 열광했던 포르쉐 마니아들도 징그럽고 못생겼다며 진절머리를 냈다.
"이젠 포르쉐 망했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개구리를 닮은 포르쉐 911보다 덩치가 커 '황소개구리'라 불렀지만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포르쉐를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도 카이엔을 벤치마킹했다. '슈퍼 SUV' 전성시대가 열렸다.
포르쉐 실적은 SUV가 이끌었다. 카이엔은 4만1947대로 포르쉐 모델 중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카이엔 영향을 받아 탄생한 SUV인 마칸은 3만8039대로 2위를 기록했다.
스포츠카 아이콘인 911은 2만1616대, 고성능 전기차인 타이칸은 1만8877대, 고성능 스포츠세단인 파나메라는 1만5604대, 718 박스터와 카이맨은 9777대로 그 뒤를 이었다.
포르쉐 AG는 지난해 30만1915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11%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마칸이 8만8362대로 가장 많이 판매됐다. 카이엔은 8만3071대로 그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도 카이엔은 포르쉐 차종 중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며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대수를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이엔은 1548대 판매됐다.
같은 기간 포르쉐 판매대수는 4727대다. 이 기간 판매된 포르쉐 3대 중 1대는 카이엔이라는 뜻이다.
1990년대부터 경영이 악화돼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포르쉐가 적자 탈출을 위해 욕먹을 각오로 내놨던 카이엔은 대성공을 거둬들였다.
2002년 1세대, 2010년 2세대, 2018년 3세대로 진화한 카이엔은 포르쉐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됐다.
결론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카이엔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은 2008년 포르쉐 가문이 폭스바겐 그룹 장악에 나서는 돈줄이 되기도 했다.
포르쉐 인기 모델이 된 고성능 스포츠세단인 파나메라도 카이엔 덕분에 등장했다. 카이엔 플랫폼을 개조해 파나메라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카이엔 성공에 힘입어 등장한 마칸도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카이엔 대성공에 자극받은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는 자존심을 꺾고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포르쉐 전략을 따라했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 벤틀리는 벤테이가, 롤스로이스는 컬리넌 등 슈퍼 SUV를 잇달아 선보였다. '카이엔 따라하기'는 성공했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전체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13% 증가한 8405대다. 이중 우루스가 5021대다.
누적 판매대수는 2만대에 달했다. 람보르기니 역사상 최단 기간에 가장 많이 판매됐다.
판매대수 중 40%는 벤테이카 몫이다. 벤테이가는 첫 출시 이후 5년 차인 지난해 역대 최다 판매량도 기록했다.
롤스로이스도 컬리넌 덕분에 지난해 117년 역사상 가장 높은 연간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달성했다. 판매대수는 5586대로 전년보다 49% 증가했다. 판매 1위는 고스트, 2위는 컬리넌이다.
슈퍼 SUV 성장세에 낮은 차를 끝까지 고수하던 페라리도 브랜드 최초의 SUV인 '프로산게'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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