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떠나자 중동 가는 푸틴..미국 아픈 손가락 '이란·튀르키예' 공략

장수현 2022. 7. 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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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9일(현지시간) 이란을 방문해 이란, 튀르키예와 3자 정상회의를 연다.

미 정치·경제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은 "푸틴은 이번 방문이 바이든 대통령을 능가하고 측면에서 공격할 기회로 여길 것"이라며 "이란과의 군사적 협력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보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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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러시아·이란·튀르키예 3자 정상회의
"러, 제재 회피 방법 아는 이란에 밀착"
'중재자' 튀르키예와는 우크라 곡물 수송 논의
"이번 순방은 푸틴에게 바이든 능가할 기회"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에브라힘 라이시(중간)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상트페테르부르크·테헤란·마드리드=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9일(현지시간) 이란을 방문해 이란, 튀르키예와 3자 정상회의를 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친 지 사흘 만에 맞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세계 무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하지 않았다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양국과 밀착해 군사·경제적 이익도 모색할 예정이다.


러, 이란 통해 '서방 제재' 우회로 찾는다

셰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이란 중서부 도시 샤흐레코르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란 대통령실 제공.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19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3자 정상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라이시 대통령과 각각 양자회담도 열 계획이다. WSJ은 "이번 순방은 러시아가 수년간 중동에 대한 군사·외교적 개입을 통해 얻은 영향력을 유지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순방의 주요 목표는 이란과 밀착해 서방 제재의 '우회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받아온 대표적 반(反)미 국가로, 러시아와는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전까지 러시아는 서방과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해 이란과 적정 거리를 유지했지만, 전쟁으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러시아는 제재 회피 방법을 잘 아는 이란으로 기울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측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식량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는 이란에 밀 등 곡물 500만 톤을 수출하기로 했다. 대신 이란은 러시아에 서방 제품을 대체할 의류나 자동차 부품 등을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러시아가 인도 등 외국에 수출할 때 이란을 거치는 방법도 거론된다.

아울러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드론 구매도 추진 중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6일 "이란 정부가 러시아에 미사일 탑재 드론을 포함해 수백 대의 드론 공급을 준비 중이라는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중재자' 튀르키예와도 결속…시리아 문제 논의

지난 2021년 9월 29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튀르키예 대통령이 러시아 소치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소치=스푸트니크 연합뉴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튀르키예와도 유대 강화에 나선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전쟁 발발 전 서방보다 러시아에 밀착해왔다. 양측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송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표도르 루키아노프 크렘린 외교·국방 자문위원장은 "터키는 러시아가 이번 분쟁에서 중재자로 볼 유일한 국가"라며 "지금은 아니라도 언젠간 평화협상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선 시리아 문제도 논의한다. 러시아 측은 앞서 이번 회담이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아스타나 협상 과정'의 일환이라고 밝힌 바 있다. 12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의 북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튀르키예는 이 지역 쿠르드족 민병대를 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회의에서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민병대를 공격하기 위해 러시아의 동의를 구하고, 러시아 역시 튀르키예와 유대 강화를 위해 이를 용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번 방문은 성과에 따라 '빈손'으로 끝난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과 비교해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16일 첫 중동 순방에 나섰지만,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 정치·경제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은 "푸틴은 이번 방문이 바이든 대통령을 능가하고 측면에서 공격할 기회로 여길 것"이라며 "이란과의 군사적 협력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보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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