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불응' 책임 떠넘긴 정부..노조 "대우조선 원청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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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들의 옥포조선소 도크(선박건조공간) 점거농성을 두고 정부가 "불법적인 점거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압박에 나섰다.
정부는 '조선하청지회가 대화에는 응하지 않고 점거농성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조선하청지회는 "대화를 거부하고 사태를 장기화한 것은 대우조선 원청"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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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하청 지난해부터 21곳서 교섭
19개 요구안 냈으나 모두 거부돼
집단교섭에도 하청사용자·원청 불응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들의 옥포조선소 도크(선박건조공간) 점거농성을 두고 정부가 “불법적인 점거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압박에 나섰다. 정부는 ‘조선하청지회가 대화에는 응하지 않고 점거농성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조선하청지회는 “대화를 거부하고 사태를 장기화한 것은 대우조선 원청”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5개 관계 부처 장관이 18일 공동으로 발표한 담화문에는 “국민들께서 노조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충분히 참고 기다렸다”는 언급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동안 대우조선 원청 노·사와 하청 노·사의 4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5개 부처 장관이 회의를 열었던 이날 오전 11시에도 4자 협상이 이뤄지고 있었다.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지만, 교섭은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교섭을 거부한 적이 없다. 교섭 횟수만 늘리는 교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교섭을 원했던 것이고 그게 안 돼서 파업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원청과 조선하청지회가 협상장에 마주 앉는데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조선하청지회는 대우조선 하청업체 21곳과 임금·단체협상을 지난해부터 벌여왔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하청업체의 태도에 교섭은 지지부진했다. 여기에 대우조선 원청이 올해 초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성금(공사 발주자가 공정률에 따라 나눠 지급하는 금액)을 3% 인상하는 데 그치는 바람에 임금교섭은 더욱 난항을 겪었다. 원청이 지급하는 기성금을 바탕으로 임금을 주는 하청업체 사용자로서는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선하청지회는 하청업체 사용자들과의 집단교섭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나의 원청사용자가 노동조건이 비슷한 복수의 하청업체에 일감을 맡기는 제조업 사업장은 하청사용자들과 하청노조가 집단교섭하는 구조가 일반적인데도, 집단교섭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결국 조선하청지회는 대우조선 원청과 대주주 산업은행의 책임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쟁의권을 얻어 지난달 2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교섭에 진전이 없자, 지난달 22일부터 도크 점거 투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결국 ‘진짜 사장’을 상대로 불법을 넘나드는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하청 노조의 상황은 이날 정부가 담화문에서 밝힌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국가로 선진국 수준의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고 노동자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앞서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2017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하청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윤애림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을 비준하고 협약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해서 정부가 법 적용을 달리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협약의 취지대로 권리가 보장되려면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권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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