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증시에는 '공매도'가 있다?

유희곤 기자 2022. 7. 1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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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커지는 '전면금지' 요구..진짜 시장 하락 주범일까
“시장 상황 따라 금지할 수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발언에
“한다 vs 당장 안 한다” 갑론을박
주가 하락과 연관성 입증 안 돼
공매도 비중별 수익률 분석 결과
1~10위·101~110위 간 차이 없어
공매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 차익을 내는 주식 매매 방식.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는 제도로 비판을 받는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통화정책과 이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의 급락세가 계속되면서 ‘공매도 전면금지’를 주장하는 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매도(short sale)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 차익을 내는 주식 매매 방식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는 제도라는 비판이 커졌지만 학계에서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많다.

관가에서는 이 같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시장이 ‘패닉’ 상태일 때는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시장 참여자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고 본다. 다만 공매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경제적 분석보다는 정치 논리가 우선하는 데에 내심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 상장주식 전 종목의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2008년 10월, 2011년 8월, 2020년 3월 총 세 차례 있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08년 7월 19개 투자은행(IB) 주식의 무차입공매도를 30일간 금지하는 ‘공매도 제한 비상조치’를 발동하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53년 전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의 ‘주식공매도에 관한 주요 이슈 평가 및 정책적 시사점’(2009) 보고서를 보면 공매도는 1969년 2월 신용융자제도(증거금을 내고 주식 매수자금을 빌림)와 함께 신용대주제도(매도할 주식을 빌림)가 도입되면서 가능해졌다.

매도 주문을 내기 전에 미리 주식을 차입하지 않는 무차입공매도는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의 대량 주식공매도 및 결제불이행 사태로 금지됐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매도 전면금지가 시행된 최근 사례를 보면 정부는 2020년 3월16일부터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전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했다. 6개월로 예정된 조치는 한 차례 연장된 후 2021년 5월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한해 재개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3월13일 “코스피지수가 1987.01(2월28일)에서 1771.44(3월13일)까지 떨어지고 코스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3180억원(2019년)에서 8723억원(2020년 3월12일)까지 증가했다”면서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주식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변동성이 급증해 과도한 투매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며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전면금지했다.

반면 2021년 2월3일에는 공매도 부분재개 결정을 발표하면서 한국거래소 등의 명의로 작성한 ‘공매도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현재까지 이론이나 실증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바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공매도를 전면금지한 12개국 중 10개국이 금지 조치를 종료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금융당국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금융위 관계자는 “주가가 등락하는 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와 달리 지수가 어느 선 밑까지 떨어지면 엑시트(투자금 회수)해야겠다는 인식이 퍼질 정도로 공황 상태일 때는 공매도 제한이 필요하다”면서 “2020년과 2021년 입장이 달라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 공매도 금지 및 2021년 부분적 해제 조치의 영향 분석과 시사점’(2021)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로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는 대부분 5일 이내에 소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한정적 종목에 최소한의 기간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 상황은 어떨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상황을 봐서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된) 공매도를 전면금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일반론적인 입장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조만간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단행될 것이라고 해석하는 쪽과 당장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 아니냐는 쪽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는 공매도 전면금지를 시행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거나 주가가 심리적 저지선까지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코스피200 종목의 6월 수익률을 공매도 비중 순위별로 20개 구간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1~10위(-17.80%)와 101~110위(-17.29%) 간 차이가 없었다. 종목별로 보면 공매도 비중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변동률은 하나투어(-26.7%), 카카오뱅크(-24.1%), 한국콜마(-8.4%) 등이었고, 하위 10개 종목은 아이에스동서(-21.9%), TKG휴켐스(-20.7%), 한솔케미칼(-20.3%) 등이었다.

코스피지수가 314.31포인트(-10.56%)와 353.26포인트(-13.15%)씩 하락한 올 1월과 6월의 일평균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각각 5728억원과 4734억원이었다. 상승장이었던 2월(35.84, 1.35%)과 3월(58.47, 2.17%)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4530억원과 4855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대금 비율도 올 1월과 6월에 7.0%와 7.1%를 기록했지만 주가가 소폭(-9.15포인트, -0.34%) 하락한 5월 비율은 이보다 높은 7.4%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보다 공매도 접근성이 낮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총 공매도 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매도를 금지하거나, 상대적으로 유리한 기관과 외국인들에 대한 공매도 제도를 손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의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시장 바닥을 결정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0년, 2011년에도 공매도 금지가 지수 바닥을 잡는 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 장세에서 공매도 금지 등 적극적인 정책으로 지수 바닥 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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