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정보 독립 운동..KPS 사업, 닻 올렸다
2027년 첫 위성 발사, 총 8기 지구 궤도 배치..2035년 구축 완료 목표
미래에 인간이 드론을 타고 이동하거나 물품을 배송하려면 복잡한 도심 구조물을 피하거나 부딪치지 않는 기술적 기반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위치 정보 제공이다. 극도로 정밀한 위치 관련 수치를 제공해야 사고를 막고 효율적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을 위한 전담 조직을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사업본부 출범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위성항법 정보를 미국이 개발한 GPS로부터 얻고 있다. GPS는 비행 무기를 아군이 의도한 곳에 정확히 낙하시키기 위해 사용하던 군사용 시스템이다. GPS는 1983년 소련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한 사건을 계기로 민간에 개방됐다. 이 사건 전까지만 해도 항공기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관성항법시스템(INS)을 사용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했는데, GPS를 사용하면서 위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KPS는 GPS와 용도가 비슷하다. 다만 KPS의 서비스 범위는 GPS와 달리 한반도에 집중된다는 게 다르다.
KPS는 한반도를 겨냥한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을 띄워 위치와 항법, 시각 정보 등을 국민에게 제공한다. KPS를 통해 얻은 정보는 교통과 통신, 금융 등 국가 핵심 인프라를 운영하는 바탕이 된다.
과기정통부는 KPS를 GPS와 동시에 운영해 내비게이션 등의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는 도심이나 산악 지형이 많아 GPS의 신호 품질이 떨어지는 일이 많은데,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위성항법 정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도 완화할 수 있다. 비상시 미국의 GPS가 중단되는 일에도 대비할 수 있어 한국 위치정보체계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KPS는 자율주행차나 도심항공교통 같은 차세대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과기정통부는 보고 있다. 몇㎝급에 이르는 세밀한 위치 정보를 제공해 오차 없는 운행 또는 운항이 가능하다. 이는 KPS가 한반도만을 겨냥해 개발한 지역 맞춤형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반면 전 세계를 서비스 범위로 하는 GPS의 오차는 수m에 이르러 정밀한 제어는 한계가 따른다.
KPS 개발은 한국이 추진하는 우주개발 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내년부터 2035년까지 총 3조7234억원이 투입된다. 모두 8기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배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2027년에 첫 위성을 쏘고, 2034년에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다. 2035년에는 위성 배치를 완료한다.
한국이 KPS를 완성하면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7번째로 자체 위성항법 체계를 보유하는 나라가 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PS 개발 사업은 한국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이자,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KPS를 차질없이 개발할 수 있도록 범부처 추진 체계를 정비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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