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죽음이 불 댕긴 질문.."통일교의 헌납 방식·정치권과의 유착은 괜찮은가"

박용하 기자 2022. 7. 18. 21: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총격범이 밝힌 범행 동기
"모친의 9억5000만원 헌금"
'영감상법' 소송들 비롯해
자민당과의 '유대'에 눈길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이 종교의 헌납 방식과 일본 정치권력과의 결탁 문제를 연일 조명하고 있다.

18일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는 사건을 벌이기 전인 지난해 5월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통일교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낸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그는 “통일교는 수십년 전부터 이미 반사회적 조직이 됐다”고 주장했다.

야마가미는 통일교 비판 활동을 하는 한 블로거에게 자신과 통일교의 ‘30년 악연’을 거론하며 아베 전 총리 살해를 시사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편지에서 “(아베 전 총리는) 매우 싫지만 본래의 적은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가장 영향력이 있는 통일교 동조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가미는 이어 “아베의 죽음이 초래할 정치적 의미와 결과를 생각할 여유는 나한테 없다”며 살해할 의도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또 야마가미가 자신의 모친이 통일교에 과도한 돈을 헌납해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것을 범행 동기로 밝히면서 대중의 관심은 통일교 헌납 방식의 문제로 향했다. 그의 모친이 통일교에 헌금한 총액이 1억엔(약 9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통일교 측은 5000만엔(약 4억8000만원)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현지 매체들은 통일교의 헌납 방식을 ‘영감상법’(영적인 문제를 이용한 상업행위)이라 지칭하며 이에 대한 소송전이 다수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지지통신은 지난 15일 일본 내에서 관련 소송을 벌이는 단체인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연락회)의 통계를 인용해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단체에 접수된 통일교 관련 사례가 약 3만4500건이며, 피해를 주장하는 금액은 약 1237억엔(약 1조1756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반면 통일교 측은 이번 사건의 동기가 아직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라며 “(편향 보도는) 법인과 신도들의 명예를 현저히 손상시키고 혐오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전국의 통일교회에는 ‘죽이러 간다’는 위협 전화가 쇄도하고 있고 이에 대응해야 하는 직원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닛칸겐다이는 17일 통일교와 관련 있는 일본 국회의원이 11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닛칸겐다이가 언론인 스즈키 에이토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통일교와 관련 있는 정치인은 자민당에서 중의원 78명, 참의원 20명으로 다른 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아베 전 총리의 두 번째 총리 재임 당시인 2019년 제4차 내각 개편에서는 각료 20명 중 10명이 통일교와 관련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레비 매클로플린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통일교는 권력자들과 유대를 맺으려는 열망이 있었고, (자민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통일교에 유익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나카노 고이치 도쿄 소피아대 국제정치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아베 전 총리 살해 사건으로) 통일교와 자민당 우파, 극우 정책의 관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