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찍은 사진으로 수천만원 대출..구멍난 '비대면 금융 인증'
사고 나면 "절차대로 했다"
채무면책 돕는 기구 있어야
A씨(40)는 지난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5000만원이 넘는 대출이 생겨버렸다.
지인 B씨가 훔쳐간 휴대폰과 도용된 신분증 사진, 은행계좌, 신용카드 사진 등 때문이었다. B씨는 훔친 휴대폰을 이용해 A씨 명의로 카카오뱅크에서 지난해 6월4일부터 13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5920만원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
A씨는 “휴대폰으로 촬영한 신분증 사진으로도 대출이 통과됐다”며 “은행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우리는 절차대로 했으니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계속되는 빚 독촉에 신용점수가 떨어질 것이 걱정돼 울며 겨자 먹기로 피해 금액 중 1000만원가량을 냈다.
카카오뱅크는 가해자 B씨가 올해 5월 실형을 선고받고, A씨가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한 후에야 원리금 상환을 미뤄줬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의 부실한 비대면 실명확인으로 금융사기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금융사기 피해자들은 모바일앱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신분증을 확인할 때, 신분증 원본이 아닌 신분증을 찍은 사진이나 신분증을 컬러 복사한 사본으로도 인증이 가능해 허점이 크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엉터리 핀테크=비대면 실명확인’ 금융사고 피해자 고발대회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사들의 엉터리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 때문에 신분증 사본 인증을 악용한 전기통신금융사기 사고로 금융소비자들의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중은행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부실한 신분증 인증 시스템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분증 사본 인증으로 대출사기를 당해도 피해자가 대출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길고 복잡한 소송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금융사기 피해자 C씨는 클라우드(저장공간)에 저장해둔 신분증 사진이 도용되면서 우리캐피탈 등 4개사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총 2억5000만원의 대출이 생겼다. 범인이 범죄 사실도 시인했지만, 금융사에서는 ‘유효한 인증’이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C씨는 채무부존재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호윤 경실련 금융개혁위원(변호사)은 “경찰 수사를 통해 명의도용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자에 대한 금융사의 채권소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피해자들의 채무면책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경찰,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원,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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