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성' 앞세운 대통령실, 북송 사건 수사 지침 논란
“국제법 무시” “범죄행위”
진상규명 필요성 적극 부각
문 정부 대북정책 전반으로
수사 대상 확대 전망 속
‘검찰 중립’ 논란 불가피
검찰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중에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서 전 정부 관계자들의 위법성을 주장한 것을 두고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17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입장을 내자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 살인마로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보도 참고자료에서 “자백 외엔 물증이 전무했다”며 “귀순한 탈북자도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는 국내법과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강제송환 금지 원칙 등 국제법을 무시했다”고 했다. 강인선 대변인도 지난 13일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 북송했다면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발맞춰 통일부는 북송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잇달아 공개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북송 조치가 반헌법적이고 위법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문제는 검찰이 북송 조치 전후의 사실관계 및 위법성 여부를 수사 중이라는 점이다. ‘위법하다’는 대통령실의 규정이 검찰 수사의 지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검찰 직할체제를 구축해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을 둘러싼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18일 “대통령이라든지 정부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며 “검찰에서 그것을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명을 죽였든 살렸든 한국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을 인신 구속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권리가 보장됐는지는 심각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북한 주민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현 정부가 (어민들이) 안 가겠다고 몸부림치는 등 인권 침해적인 영상이나 사진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보이는 모습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한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특정 사건에 대해 시시콜콜 철저 수사를 지시하는 게 과연 옳으냐”며 “청와대와 집권 세력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하명 수사를 하는 관행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 대상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탈북 어민을 강제 북송했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고, 국가정보원도 남북정상회담 전후 과정을 자체적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재량이 주어지는 통치행위도 국민의 기본권·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면 안 되지만 실정법에 어긋나면 통치행위로 다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범위를 좁히는 것은 우려된다”고 했다. 반면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고도의 통치나 외교행위가 사법 적용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이런 행위이기 때문에 일절 거론해선 안 된다는 것도 논리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혜리·이보라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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