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공개로 '북송' 강제 이미지 극대화..통일부, 정쟁에 '기름'

박은경 기자 2022. 7. 1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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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 북송' 사진 이어 6일 만에 4분 분량 송환 영상 추가 공개
맥락·배경 빠진 채 저항 모습 등 담겨..어민 음성은 안 들려
통일부 "영상 자체로 이해를"..민주당 "남북 갈등 고조시켜"

통일부가 2019년 탈북 어민 송환 사건의 북송 당시 영상을 18일 공개했다. 관련 사진을 공개한 지 6일 만이다. 여권의 북송 사건 쟁점화에 맞춰 관련 입장을 2년8개월 만에 바꾼 통일부가 맥락과 배경이 빠진 사진·영상 일부를 잇달아 공개해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일부는 2019년 11월7일 촬영된 약 4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탈북 어민 2명이 포승줄에 묶인 채 판문점 내 자유의집 2층으로 올라가는 장면과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 등 송환 과정이 담겼다. 탈북 어민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갈 당시 저항하는 모습이 포함됐다. 해당 어민은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쪼그려 앉았다가 기어가듯이 이동했다. 다른 어민은 저항 없이 군사분계선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호송요원들이 “야야야” “잡아”라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는 포착되지만 어민들의 음성은 들리지 않는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시 (촬영한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촬영하다보니 음성이 정확히 녹음된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첫번째 인원은 군사분계선 인근까지 이동하는 장면이 포함됐고 두번째 인원은 분계선까지 이동하는 모습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포승줄과 안대는 자유의집 2층 대기실 현관을 나선 때부터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한 인물이 넘어지는 듯한 장면에 대해선 “3년 전 자료라 영상 모습 이외에 추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고만 했다.

통일부는 지난 17일 현장 직원 1명이 북송 과정을 휴대폰으로 촬영했음을 확인했다면서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장 지원 업무를 맡았던 통일부 직원이 촬영했으며 촬영 행위는 업무 내 범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영상은 촬영 직후 소수 업무 관계자에게만 공유돼 통일부 공식 기록으로 관리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직원의 업무 PC(개인용 컴퓨터)에 기록이 남아 있었지만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문제가 된 15일에서야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통일부 인터넷 방송인 유니TV에서 공식 촬영한 북한 선원 귀순 영상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개인이 촬영한 영상까지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 당국자는 현장에서 개인이 촬영해 소수 인원만 공유한 일이 관행적으로 있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해당 영상을 직무상 취득 정보로 해석했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공개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국회 또는 언론 요구 시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 정보란 취지로 해석된다.

최근 통일부는 탈북 어민 북송 관련 입장을 2년8개월 만에 바꿨다. 11일 북한 어민 송환 사건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가 어민들을 강제 북송했고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영상 공개) 의도는 선정적 장면을 몇 개 공개해 국민들의 감정선을 자극하겠다는 취지인데 통일부가 왜 남북 갈등을 고조시키는 일에 앞장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건영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행정부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서글픈 순간의 상징”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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