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친환경' 공식화..'탄소중립' 재설계 수순 밟는다(종합)
기사내용 요약
환경부, 대통령 업무보고…"9월 최종확정"
NDC 유지…부문별 감축 목표는 재설정
녹색분류체계는 이르면 이달 초안 발표
"국제 기조, 정부 정책 방향 따라 추진"
'4대강 보 활용성 제고' 방안도 마련키로
장관 "보 해체 여부 떠나 통합 관리 차원"
[서울=뉴시스] 오제일 기자 = 환경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 과정에도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부문별 감축 목표를 재설정하기로 했는데, 환경단체들은 기업 지원에 방점이 찍힌 내용이라며 반발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정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환경부가 선정한 핵심 과제는 ▲과학적이고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 ▲국가·기업 경쟁력과 함께하는 환경 등 3가지다.
환경부는 우선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 원전의 역할을 늘려 발전 부문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확보된 배출 여유분을 산업·민생(건물·폐기물) 부문에 안배해 부문별 감축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고 NDC를 설정했는데, 환경부는 목표치를 지키되, 에너지원으로서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등 부문별 감축목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감축목표 재설계(안)은 전문가 등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3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원전을 포함한 녹색분류체계는 관계부처 협의가 진행 중이고, 이르면 이달 말 초안이 공개된다.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9월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사고 저항성 핵연료 적용,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등 유럽연합(EU)이 부여한 안전기준을 따르면서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 일정 등은 조정될 수 있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30일 발표한 K-택소노미에 원전을 제외하면서 국내외 동향을 살펴본 뒤 사회적 합의를 거쳐 포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알렸다. EU 의회는 지난 6일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가결한 바 있다.
한 장관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유럽 중심으로 원전 제로화 정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국제 기조를 반영하고,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따라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합의에 이를 때까지 관계자 등과 소통하겠다"고 전했다.
EU처럼 탄소를 잘 줄이는 기업에 배출권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돈을 받고 배출권을 할당하는 유상할당 방식도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6년부터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건설 재개를 추진 중인 신한울 3·4기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협의회가 진행됐고, 초안 작성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환경부의 면밀한 분석 작업이 이뤄질 거라고 설명했다.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위해서는 초미세먼지 농도를 정부 임기 내 30% 줄이고 물 재해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행 12월부터 3월까지로 설정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을 늘리고, 산업부문 청정연료로의 전환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민생안정을 위해 광역상수도 공급 물값을 동결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인공지능 홍수예보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홍수 대응체계를 완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4대강 보(洑)의 경우 다방면 분석을 통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가뭄이나 녹조 발생 등 상황에 따라 수위를 유지하거나 탄력적으로 보를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다만, 환경부는 이 같은 정책 방향이 문재인 정부의 일부 보 해체 결정 등을 백지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해체하느냐 마느냐를 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분석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통합 물관리 차원에서 바라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재활용 활성화를 통한 순환 경제 실현 ▲친환경 경영 정착 ▲주요 수출분야 환경 측면 지원 등을 '국가·기업 경쟁력과 함께하는 환경'을 위한 과제로 내놨다.
여기에는 반도체 산업의 '생명수'라 불리는 초순수(ultra pure water) 기술을 2025년까지 국산화(국내시장 1조4000억원)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내용, 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 설치·운영사업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 장관은 "환경과 경제의 상생, 살기 좋은 환경을 위한 정책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이번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환경정책들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책임 장관으로서 꼼꼼히 챙겨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환경부 업무보고를 두고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녹색연합은 "원전은 대표적인 반환경 발전방식"이라며 "원전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활동으로 분류하고자 하는 정부부처가 있다면 환경부는 앞장서서 반대해야 옳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저항성 핵연료는 기존 핵연료의 설계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적용이 불가능할뿐더러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이라며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 부지와 운영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기준 역시 수십년 째 처분장 건설을 둘러싸고 격한 사회적 갈등만 유발된 채 해법이 없었던 점을 볼 때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출 총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보다는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진 발표는 환경부가 기업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녹색당도 "환경부가 생각하는 '핵심 추진과제'가 대통령직인수위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앞장서 주장해 온 국정 목표를 베껴 쓰고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며 "'유럽연합에서 부여한 안전기준을 토대로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한다'고 말장난을 하고 있는데, '국내 실정'이란 말로 또 어떤 편법과 반칙을 하려 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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