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백로는 왜 도심 속 키 큰 나무에 둥지를 틀었나
지금 보시는 건 갈 곳을 잃은 백로 가족입니다. 숲에서 강에서 살다가 도심까지 밀려왔지만, 결국 이 작은 상자에 담겼습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계속 쫓겨나야 했던 사연을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백로 한 마리가 아슬아슬 전깃줄을 걸어갑니다.
건물 사이를 날아오르다 나무 꼭대기에 앉습니다.
[신서진/주민 : 참 엉뚱하네. 어떻게 유도를 해서 여기서 서식을 못 하게 날려 보내야 할지. 자기 고향으로 가야겠죠. (고향이 어디죠?) 물 쪽에서 많이 놀지 않아요?]
백로는 주로 숲이나 강에 사는 새입니다.
그런데 도로 옆 키 큰 나무 위에 터를 잡은 겁니다.
[정승안/주민 : 여기 가다가 잘못하면 똥 맞아요. (맞은 적 있으세요?) 내가 아는데 왜 맞겠어. 안 맞지. 모르는 사람들은 아침에 출근하다 맞지.]
백로가 둥지를 튼 나무 아래를 둘러봤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물고기 사체들이 보입니다. 빨간 우체통은 배설물로 뒤덮였습니다.
주민들 반응이 엇갈립니다.
[주민 : 그냥 지나가는데도 여기다 똥 싸고 그러더라고. 재수 없으면, 안 돼. (그럼 죽이라고?) 몰라. 어떻게 해야지. (잡아먹으라고?) 살려야지. (안 돼. 어떻게든 처치해야 해.) 우리가 살짝 비켜 가면 되잖아. 아니, 저 귀한 새는 살려야 해. (살려줘. 살려줘.)]
처음부터 여기에 살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집은 초등학교 옆 대나무숲이었습니다.
[주민 : 아파트 짓는다고 대나무숲을 다 쳐버린 거야. 살 데가 없어, 백로들이. (갈 곳이 없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네요.) 그렇죠.]
먼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오는 이유도 그곳 둥지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김병선/주민 : 똥냄새 난다고 거기 다 밀어버렸거든요. 그래서 광주천에 있는 백로들이 다 여기로 온 거예요.]
사람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걸까.
그 다음 집은 한 아파트의 50년쯤 된 소나무 숲.
이번엔 아파트에 주차된 차량에 떨어진 배설물이 문제였습니다.
[황인순/주민 : (하얀 새들이 많이 온다고. 요즘은 안 오겠네요.) 겁나게 왔었다니까. 이제 없어. 안 와. 나무 잘라버리니까. 짐승도 놀고 그렇게 하면 좋지. 그런데 다 잘라버렸으니.]
백로가 둥지를 틀면 나무를 자르고 또 자르고, 결국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러는 사이, 갓 태어난 새끼들은 거리에 내몰렸습니다.
[정철웅/주민 : 새들이 가나요? 안 가잖아요. 한번 정착했으면 그 자리를 환경에 맞게끔 사람과 새가 공존할 수 있는…더럽다고 막 몰아내고 나무 잘라버리면 안 되잖아요.]
관할 지자체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광주광역시 서구청 : 인공서식지 설치를 건의했었는데 다른 지자체에서 이미 실패했어요. 가지치기를 하면 둥지를 안 트니까 민원도 같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10년간 갈 곳 없이 떠다니다 세 번째 자리 잡은 곳은 도심 속 키가 큰 나무 꼭대기입니다.
사람이 불편하단 이유로 무작정 가지를 쳐내 쫓아내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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