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폭 피해자 분리' 교육청 처분에도 등 돌린 학교
피해 학생은 정신과 치료와 장기 결석
한 초등학생이 올해 봄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는데, 넉 달이 넘는 지금까지 가해 학생과 같은 교실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교육청에서 반을 분리하라고 했는데도 학교는 안 된다고 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권민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12살 A군은 지난 3월부터 같은 반 친구 B군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습니다.
[피해 학생 아버지 : (가해 학생이) 와서 갑자기 목을 조른다든지, 교실에서 밀친다든지. 괜히 교실 안에선 자기가 괴롭힘당하는 게 힘들다고 드러내면 다른 애들도 그렇게 할까 봐…]
두 달 넘게 시달리다 학교에 신고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교육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반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한 겁니다.
그러더니 피해 아이 혼자 수업을 들으라고 제안했습니다.
[피해 학생 아버지 : 저희 아이를 위해서 특별반을 만들어 주겠다는 거예요. 사회복무요원이랑 같이 수업을 듣게 해주겠다는 거예요.]
지난달 말, 교육청 학폭위는 '학급 교체' 처분을 내렸습니다.
전학을 빼면, 초등학생에겐 가장 높은 수위의 처분인데 학교는 아직까지 분리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해 학생 부모가 집행정지 처분 등을 신청했다며 결론이 날 때까지 분리가 어렵다는 겁니다.
넉 달이 넘도록 바뀐 게 없는 상황 속에 A군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고 최근에는 한 달 가까이 거의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학교는 장기 결석에 해당되면 불리할 수 있으니 체험학습 처리를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담임교사/전화통화 : (근데 학교폭력 때문에 그런 건데 자꾸 체험학습으로 말씀하시면…) 교육청 결과가…아버님 이제 교육청에서 심의하고 있는 거잖아요.]
결국 A군 가족은 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 아버지 : 자기가 도망가서 이사 가는 것 같고 부모님한테도 피해를 주는 것 같고. 자려고 누워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해당 학교의 조치가 학교폭력 예방법 위반이라고 지적합니다.
[전수민/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학교는 학급 교체 처분을 이행해야 되고. (집행정지 신청을 이유로) 기다려주는 건 가해 학생 측 편의를 봐주는 거고 피해 학생 보호는 좀 미흡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학교는 이에 대해 "분반 조치는 정해진 지침대로 하고 있다"며 "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결석은 출석처리하도록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내용은 개인정보에 해당돼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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