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경방침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엔..공권력 투입 우려 긴장감
정부가 18일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의 대우조선해양 파업 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는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등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대우조선해양 불법 시설점거 현장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에 착수했다. 조선하청지회는 그러나 파업과 협상을 계속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이날 정부 5개 부처 명의의 공동 담화문 발표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과 원칙을 준수하며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파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사와 하청협력업체 노사 등 4자간에 진행 중인 협상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47일째 파업 중인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이날 옥포조선소 1독(선박 건조장)에서 건조된 초대형 원유운반선(30만t급)을 점거한 채 농성을 계속했다. 원유운반선 안에는 조합원 7명이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선박 맨 밑에 있는 가로·세로·높이 1m 의 철골 구조물에 들어가 쇠창살을 용접한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최안 부지회장(41)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는 팻말을 붙여 놓고 생사를 건 농성을 계속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노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힘없는 노동자를 향한 정권의 칼날은 정권의 종말을 재촉할 뿐”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주변에선 파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히는 집회와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날 오후 대우조선해양 서문에서 미사를 열고 하청노조 파업을 지지했다. 미사에 참여한 100여명은 하청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것과 노사 갈등이 ‘노노 갈등’으로 번지게 된 현 상황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새마을운동 거제시지회는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청노조는 목숨을 담보로 가족, 동료, 나아가 거제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선박 시설 점거 행위를 속히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노사 양측은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문제를 해결하라”고도 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5년간 삭감된 30% 임금인상과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1독에는 30t급 유조선 3대가 있으며, 1대는 건조를 마쳤지만 진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사와 하청협력업체 노사 등 4자는 지난 15일부터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4자 회담은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조인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이날까지도 구체적인 합의점은 찾지 못했으나 노사 모두 협상 의지를 밝히고 있다. 원·하청 노사 4자는 대우조선해양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오는 23일 전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3일부터 내달 7일까지 2주간 여름휴가다. 이 시기 필수인력을 제외한 원·하청 직원 2만여명이 출근하지 않는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사업장 피해 규모는 불어나고, 노조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서 ‘노노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오는 20일 금속노조 총파업이 서울과 거제에서 열린다. 오는 23일에는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준비한 ‘희망버스’가 거제조선소로 향한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대우조선 임직원과 가족·거제시민 1000명은 대우조선 정문부터 남문·서문·열정교를 이어 옥포매립지 오션플라자까지 약 3.5㎞ 구간을 둘러싸는 인간 띠를 연결해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15일부터는 세대간 소통을 원하는 대우조선 20~40대 직원 수백명이 옥포매립지 오션플라자 인근에서 ‘불법을 멈추고 대화의 장을 엽시다’ 등의 리본 달기 행사를 하고 있다. 오는 20일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사내협력업체 직원들이 금속노조 총파업에 맞서 맞불 집회를 열 계획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권력 투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된 하청지회 집행부 3명과 독을 점거하고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 6명에 대해 오는 22일까지 출석하라고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집행부 3명에게는 이번까지 4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이에 불응하면 법원에 체포영장 재신청 등 공권력 투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경남경찰청은 이날 거제 대우조선해양 불법 시설점거 현장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에 착수하고, 수사팀을 확대 편성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 위험성 사전 점검을 위해 유관기관 합동 안전대책 회의를 하고, 지난주 경남경찰청 안전진단팀 현장 점검에 이어 경찰청 경비국 산하 안전진단팀의 지원을 받아 집회 현장 또는 불법 시설물 점거 장소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을 본격 전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파업 장기화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업체 3곳이 폐업했고 4곳이 폐업하겠다는 의사를 대우조선 측에 전달했다. 대우조선해양에는 110개 이상의 사내협력업체, 총 1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는 21개 협력업체의 노조원 400명이 가입해 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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