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치솟는 생산비에 축산농가 줄도산 위기
[KBS 대전] [앵커]
요즘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라 서민들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치솟는 국제 곡물가의 여파로 사룟값도 올라 축산농가의 시름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낙농가는 사육비 부담에 새끼를 그냥 줘도 키울 수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양돈농가는 가뜩이나 힘든데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으로 수입량을 늘리기로 한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집중취재, 임홍열, 한 솔 기자가 연속으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젖소 수십 마리를 키우는 천안의 한 낙농가입니다.
올해 들어 수입산 건초와 옥수수 등 각종 조사료 가격이 40%나 급등했습니다.
조사료에 섞어 먹이는 국내산 볏짚 가격도 덩달아 오른데다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 상승에, 폭염 속 전기료 인상까지 겹쳐 생산비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육우용 수컷 젖소 새끼는 5, 60만 원 하던 것이 5, 6만 원에 거래되고 2년을 키워야 젖을 생산하는 암컷 젖소 새끼는 사룟값 부담에 그냥 줘도 입식을 꺼릴 정돕니다.
[이규창/낙농인 : "수익성이 안 나는 거예요. 낙농이라는 게 365일 일을 해야 되는데 그것에 대한 보답이 없는 거죠. 그러니까 사육하려는 사람도 없고 의지도 없고..."]
반면 원유 가격은 그대로여서 사룟값을 제하고 보름마다 정산하는 원유대가 수십만 원에 그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10억 넘는 시설비를 들이고도 한 달 월급이 100여만 원인 셈인데 그나마 작업용 차량의 기름값 등을 빼면 적자로 돌아섭니다.
[맹광렬/천안공주낙농농협 조합장 : "지금 비상사태인데도 농민이 힘들 때 쳐다도 안 보고 가격이 올라가면 밥상물가 따지면서 다 수입해다 쓰고 저희 농민들은 진짜 힘들어집니다."]
농민들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몇 년 뒤에는 낙농 기반마저 붕괴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홍열입니다.
▼ ‘수입 확대’에 양돈농가도 비상
돼지 3천 마리를 키우는 김영찬 씨는 요즘 갈수록 오르는 농장 운영비에 걱정이 큽니다.
한 달 사룟값만 해도 8천만 원에서 1억 2천만 원으로 수천만 원이 뛰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김영찬/양돈농장주 : "모든 게 오르다 보니까 인건비, 외국인 노동자들도 (인건비가) 많이 오르고 분뇨 처리비, 사료, 약품비 안 오른 게 없습니다. 앞으로 전기요금 오르는 것까지 생각하면 농장들은 앞으로 큰 걱정이 많습니다."]
실제 최근 2년 동안 양돈용 배합사료 가격은 64%나 급등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이 저렴한 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리기로 하면서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올해 돼지고기 무관세 물량을 7만t까지, 2만t을 증량하면서 국내 축산농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통상 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가는 하반기에 수입물량이 풀리게 되면 생산비조차 못 건지는 농가가 속출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손세희/대한한돈협회장 : "(돼지고기 가격이) 휴가철 최고조로 올라갔다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8월부터거든요. 돈가(돼지고기 가격) 하락하는 그 시점하고 맞물려서 가면 농가들은 이중적인 고통을 받는 거죠."]
큰 틀에서 소비자 물가 안정이란 취지를 감안한다 해도 사룟값 인상분 보조 등 축산 농가의 경영난을 해결할 대책 마련 또한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한솔입니다.
촬영기자:홍순용·이동훈
임홍열 기자 (himan@kbs.co.kr)
한솔 기자 (s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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