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산양'이 위험하다!
[앵커]
지난 3월 최장 기간 산불로 기록된 울진·삼척 산불 기억하시죠?
서울 면적의 3분의 1이 잿더미로 변했는데, 그 후폭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국내 최대 서식지를 구축했던 천연기념물 산양이 터전을 버리고 대규모 이동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제는 이동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각종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겁니다.
기후위기대응팀,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내려앉은 산속에 커다란 몸집을 가진 짐승이 이동합니다.
무언가를 찾는 듯 어둠 속에서 냄새를 맡습니다.
인근 또 다른 야산, 한 마리가 선두에서 걸어가자, 잠시 뒤 또 한 마리가 두리번거리며 뒤를 따라갑니다.
CCTV에 포착된 이 무리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산양입니다.
이들이 발견된 곳은 울진군 금강송면 불영계곡 일대, 이들의 원래 서식지에서 5km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지난 3월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로 서식지가 소실돼 대규모 이동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풍부했던 먹잇감이 모두 불에 탄 데다, 가뭄까지 겹쳐 물도 구할 수 없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120마리에 달하던 산양은 지난 3월부터 기존 서식지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박성준/녹색연합 활동가 : "이번 3, 4월에 먹이가 부족해졌을 때 불까지 나면서 기존의 먹이를 찾던 공간이 없어진 거예요. 그래서 멀리까지 이동하게 된 것으로…."]
녹색연합이 4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 산양들이 이동한 곳은 서쪽으로는 봉화, 남쪽으로는 불영계곡 방향입니다.
그런데 남쪽으로 이동하던 산양떼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부는 36번 국도에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
특히 이동 구간의 생태통로 중 8곳은 울타리가 단절돼 있어 자칫 도로로 이동할 경우 로드킬 등 사고 위험이 큽니다.
[조영석/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 : "(산양이) 도로 지역으로 나왔다고 하면 도로로 접근을 막는 게 제일 좋긴 해요. 생태 통로는 사실 넓어야지 특히 대형 동물들이 이용하기에 좋고요."]
산불 발생 석 달, 피해 마을과 산림에 대한 복구가 시작됐지만, 함께 살던 야생 동물과 생태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습니다.
보호조치와 함께, 서식지 복원을 위한 정밀한 조사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노경일/화면제공: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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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279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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