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 中 게임 '실수' 인정했지만..'노이즈마케팅' 눈총(종합)
역사 왜곡 인식 처음 아냐..노이즈마케팅 지적도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중국 회사가 만든 게임이 이순신을 '중국 문명'으로 표기하는 광고를 게재했다가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게임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게임 속 한국을 영문으로 소개하면서 "한국은 중국과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 문명을 이룩했다"고 적었다가 18일 수정하기도 했다.
4399코리아 측은 "편집 과정에서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이용자와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의 역사 왜곡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과 함께 노이즈마케팅(구설홍보)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순신이 중국 영웅?…"편집 과정 중 실수"
이날 업계에 따르면 중국 게임 개발사 4399의 한국 법인 4399코리아가 지난 15일 출시한 모바일게임 '문명정복: Era of Conquest'(문명정복)은 광고를 통해 이순신을 '중국 문명'이라고 소개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4399코리아 측은 이날 오후 공지사항을 통해 "일부 광고에 문명과 영웅의 명칭이 잘못 기재되었음을 16일 오전에 확인하였으며 즉시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4399코리아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광고는 지난 16일 오전 1시부터 홍콩의 광고 대행사가 중국 본사인 4399의 검수를 받지 않고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4399의 한국 법인인 4399코리아는 해당 광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뒤 본사에 제보했고 4399는 광고 게재 2~3시간 뒤인 오전 3시~4시쯤 해당 광고를 삭제 조치했다.
회사 측은 "문명과 영웅의 명칭이 잘못 기재된 것은 이미지 편집상의 실수로 인한 광고 이미지만의 문제였으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버전으로 서비스 중인 게임 내에서는 영웅 설명 및 스토리를 통해 올바른 소속 문명을 정상적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의 설명에도 이용자들은 본사의 검수 없이 이뤄진 광고를 실수로 여기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슈를 만들어 홍보 효과를 높이려 한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영향 받아 세워진 한국?…왜곡된 역사 인식 처음 아냐
문제는 해당 게임의 역사 왜곡 인식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명정복의 공식 인스타그램은 지난달 28일 게임 내 한국에 대해 소개하면서 "중국과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 한국인들은 독특한 한국 문명을 창조했다"고 영문으로 기재된 게시글을 올렸다.
'이순신 광고'와 함께 뒤늦게 문제가 된 해당 게시물은 현재 "한국인들은 독특한 문명을 창조했다"는 문구로 수정된 상태다. 지난달 28일 올라온 게시글이 이날 수정됐다는 점에서 '이순신 광고'와 함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고친 것으로 보인다.
4399코리아 측은 "해당 광고는 미국에 위치한 광고 대행사가 본사 검수 없이 진행한 광고"라며 "4399코리아 측의 제보로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한국을 "도교 도입 이후 한국은 정치, 경제, 철학, 문화가 번창했다"고 소개하고 있어 현실과 거리가 먼 설명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해당 문구는 수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번 주목받으면 검색어 증가…노이즈마케팅 의혹도
이용자와 게임업계에서는 중국 게임의 잘못된 역사 인식도 문제지만 해당 게임을 통해 노이즈마케팅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민감한 역사 이슈를 이용해 게임 홍보에 이용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해외 게임들은 선정성 등으로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 1월 논란이 됐던 싱가포르 게임 개발사 '팔콘 글로벌'의 '와이푸-옷을 벗기다'는 선정성 이슈로 주목받은 뒤 검색어가 크게 늘기도 했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신작이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주목받기 위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일부러 이를 이용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노이즈마케팅에 성공하면 이용자가 실제로 게임을 하든 하지 않든 호기심에 다운로드를 받게 된다"며 "그럴 경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내 순위가 올라가고 이용자 유입이 더욱 늘어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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