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전에 폐업 예고한 기업까지, 파업 때문에 문 닫았다?

신다은 2022. 7. 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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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우조선 하청 파업' 비판하며
"협력업체들 폐업으로 내몰려"
위기 업체 절반은 이전부터 경영난
하청대금 낮아 폐업위기 빈발
지난 2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다. 조선하청지회 제공

정부 여당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의 폐업 책임을 점거 농성중인 하청 노동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지난 22일부터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제1도크(배 만드는 작업장)를 점거해 협력업체가 줄줄이 폐업했다는 주장인데, 조선하청지회는 “원·하청 사용자의 사태 장기화 책임을 쏙 뺀 비판”이라며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선하청지회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은 6천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정규직 571명은 휴업에 들어갔으며 협력업체들도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120명이 10만명의 생계를 막고 있는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어 “노사 간의 대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불법적인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2014년 조선업 불황으로 삭감된 임금과 열악해진 노동 처우를 개선하라는 취지로 임금 30% 인상과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도크를 점거해 배 진수(공정을 마친 선박을 안벽으로 옮기는 작업)를 막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우조선의 110여개 하청업체 가운데 현재까지 폐업을 예고한 하청업체는 7개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조선하청지회 파업 이전부터 경영난을 겪었다. 이들 기업에 다니는 조합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영일산업’과 ‘수호마린’은 조선하청지회 파업이 있기 전인 올해 1월부터, ‘삼주’는 지난해 10월부터 직원들에게 4대보험료를 지급하지 못했다. 주식회사 ‘진형’은 아예 파업이 있기 전인 5월12일에 대우조선해양 쪽에 폐업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협의회 관계자는 “기존에도 경영 사정이 워낙 안좋던 회사들이었는데 사회보험도 못 낼 정도였고 파업으로 임금까지 못 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 하청기업들이 인건비 대비 낮은 기성금(건설 발주자가 공정률에 따라 나눠 지급하는 금액)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대우조선 하청업체 ‘진우기업’이 4대보험료를 체납하고 폐업했다. 전직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대표 ㄱ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하청업체는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95%인데 원청이 주는 기성금이 그보다 적고 거기다 인력난으로 사람까지 못 구하면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매년 약 10~15개 기업이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폐업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업체가 채운다.

더욱이 이번에 폐업한 기업들 대다수는 다른 하청업체에 비해 조건이 열악하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발판이나 선박 바깥에 페인트를 칠하는 업체가 많아, 날씨의 영향을 받았다. 한 달마다 기성금을 받아 인건비를 채우는 구조에서 여름철 장마나 파업, 인력난 등 영향으로 작업 일수를 다 채우지 못하면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 폐업하기로 한 혜성기업의 한 노동자는 “대우조선에는 돈이 되는 배가 있고 안 되는 배가 있는데, 혜성은 주로 상선을 하고 잠수함, 군함, LNG 같은 특수선 만큼 돈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원·하청 사용자가 사태 장기화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회와 22개 하청업체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5월말까지 1년 간 개별교섭을 진행했으나, 서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고 지회의 집단교섭 요구도 하청업체들이 거부하면서 파행됐다. 노조의 핵심 요구인 임금 인상은 대우조선해양이 기성금을 늘려주지 않으면 사실상 협상이 어려운 구조지만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사가 해결할 사안’이라며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파업 사태가 장기화됐다. 원하청 노사는 지난 15일부터 4자협의를 시작했으나 이날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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