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역량이 삶의 역량..가짜뉴스 판별 넘어 시민성 교육해야"

한겨레 2022. 7. 18. 19: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유신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회장 인터뷰

초등학교 위한 미디어 교과서 펴내
책임있는 미디어 생산자로 키워내야
사용 시간 제한보다 질 논의해야
박유신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회장은 “미디어 사용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 그걸 계속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열어서 카톡과 인스타그램을 확인한다. 유튜브를 열어서 관심 있는 동영상을 보다가 재미있는 걸 친구들에게 공유한다. 동영상에서 언급된 궁금한 것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다 관련 정보와 뉴스, 댓글들을 줄줄이 읽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만다.

흔한 청소년들의 일상이다. 최근 ‘문해력’이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온라인 정보와 가짜 뉴스들이 넘쳐나면서 ‘미디어 문해력’ ‘디지털 문해력’ 또한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아침에 눈을 떠서 잠을 잘 때까지 온통 미디어에 둘러싸여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미디어 문해력을 길러줄 수 있으며, 그 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잡아야 할까? 최근 미디어 문해력 전문가들과 함께 <초등학교 미래를 여는 미디어 교과서>(창비교육 펴냄)를 공동 집필한 박유신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회장(석관초 교사)을 찾아가 만났다.

박유신 회장은 초등학생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기반이 모두 미디어에 있기 때문에 이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은 삶의 역량이 되었다”며 “초등학교 공교육에서 미디어 밖의 삶을 준비하는 것처럼 미디어 안에서의 삶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까? 그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살아가는 좋은 공동체 만들기가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이제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접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1인 미디어로 살아가거나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미디어 안에서 소통하고 구매하고 생활한다. 이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히 영상이나 뉴스를 비판적으로 보고 가짜 뉴스와 정보를 판별하는 걸 넘어서, 미디어 안에서 내가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삶을 살고 나를 어떻게 표현하는지까지 다 포괄해야 한다. 그는 “과거에는 신문과 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전통 미디어)만이 미디어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시민들에게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보는 교육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미디어 세계를 이루는 나무라서 시민성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민주주의 교육의 일환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다른 교육처럼 개념이나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실생활의 맥락에 적용하고 자신의 삶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공동 집필한 <미래를 여는 미디어 교과서>는 자신의 생활과 삶 속에서 미디어를 돌아보는 질문과 구체적인 활동지로 구성돼 있다. 책은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고, 수업 지원 자료집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교육 누리집(www.forme.or.kr) 자료실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도 있다. 이 교과서는 동시대 미디어 환경을 반영하면서 어린이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보호하는 대신 어린이가 미디어의 생산자이자 책임 있는 시민이면서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는 2019년 설립된 자발적인 교사들의 모임이다. 공교육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연구, 실천, 기획하는 교사들의 네트워크인 이 협회에는 현재 300여명의 회원이 있다. 회원 교사들은 서로의 교육 경험과 자료를 나누며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국가 교육과정과 교육 정책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이슈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방향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들의 미디어 접근을 막는 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경험을 존중하고 이들의 미디어 생활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협회의 원칙”이라고 박유신 회장은 설명했다.

협회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국에는 왜곡된 정보로 불필요한 공포와 걱정에 휩싸인 청소년을 보호하고자 교육부와 함께 ‘코로나19 시기를 이겨내는 미디어 리터러시 백신 10가지’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는 △뉴스나 유튜브의 정보 출처가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뉴스, 유튜브 등에서 미디어 생산자의 특정한 관점이 정보를 왜곡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의학 정보는 전문가의 공신력 있는 발언을 토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 폭력을 부추기는 혐오 표현이 반영되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등을 포함한다. 현재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와 함께 ‘메타버스 안에서 아이들의 디지털 시민의식’ 교육 활동을 함께 준비하면서, 자녀의 미디어 활동에 대한 부모 지도 가이드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정에서의 지도 방향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아이들이 얼마나 유튜브를 보고 동영상을 시청하는지 등 스크린타임(사용 시간)에 너무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며 “사용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 그걸 계속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통 부모들은 ‘오늘은 시험 100점을 받았으니 유튜브 1시간 봐도 돼’ ‘유튜브는 하루 30분 이상은 안 돼’ 등의 가이드를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이렇게 하면 아이들의 미디어 생활을 지도할 기회를 잃고 아이들의 미디어 안에서의 삶의 질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육의 시간보다 질이 중요하듯이 미디어 생활 역시 시간보다 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미디어 생활에 함께 참여하고 큐레이션을 도와줌으로써 질 높은 미디어 생활을 하도록 돕는 게 지도 방향임을 그는 거듭 강조했다.

글·사진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