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떼법·보수층 지지 철회.. 사면초가 몰린 尹정부 강경 선회 [불법에 칼 빼든 정부]

박정일 2022. 7. 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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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수행 긍정평가 30%대로 추락
대우조선조합원 불법파업 강경책
尹 "장관들이 직접 나서라" 지시
체포영장 등 공권력 투입 시간문제
18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관계자가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파업 관련한 담화문 발표를 텔레비전으로 시청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주변에서 한 근로자가 이동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출범 이후 노동계에 소극적인 대응기조를 견지해온 윤석열 정부가 강경대응으로 돌아섰다.

윤 정부는 18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노동조합의 도크(배 건조 작업장) 불법 점거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공권력 투입 임박을 시사하는 이례적인 강경한 입장문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복합 경제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더 이상 노동계의 불법 파업을 방치했다가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정부와 재계의 위기인식이 깔려있다.

◇노조 압박에 끌려다니다 지지율 급락, 정부 "이제 정말 불법 끝내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정부부처 장관 공동 입장문에서 "이번 불법점거 사태는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업체 대다수 근로자와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한국 조선이 지금껏 쌓아 올린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이제는 정말 불법행위를 끝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청지회 조합원 150여명은 지난달 2일부터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이 중 7명은 지난달 18일 옥포조선소 제1도크(선박건조장)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점거해 지금까지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이 때문에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한 달 가까이 중단됐다.

노동계는 화물연대 파업이후 '하투'를 예고하면서 새 정부를 압박·시험했고, 윤 정부를 지지해온 보수층은 '법과 원칙'의 실종에 실망했다. 여론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0%대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 당시 단 1주일 만에 자동차와 철강, 시멘트 등 각 업계에서 1조6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마지막까지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노동계 전반에서 강경 파업과 불법 점거 농성이 이어지자, 정부는 말만의 '엄포'가 아닌 공권력 투입이라는 칼을 빼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공권력 투입 초읽기…체포영장 유력= 재계에서는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청노조 간부 등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점쳐진다. 경찰은 현재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 등 3명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며, 22일까지 노조 집행부 출석이 없으면 5차 출석요구서를 보내거나 곧바로 영장 신청을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권력 행사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체포영장 집행이 가장 유력하다"며 "우선 출석요구에 대한 노조 반응을 지켜본 뒤 체포영장 재신청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이 점거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퇴거 명령을 내린 것 역시 정부의 이 같은 강경 선회의 큰 명분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지난 16일 사측이 유최안(40) 하청지회 부지회장을 상대로 낸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를 인용, 유 부지회장이 도크에서 퇴거하지 않을 경우 사측에 1일 3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하청지회 생떼에 같은 노조도 등 돌려, "120명이 10만명 생계 막아"= 여론도 공권력 투입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놓고 "대우조선해양은 6개월 만에 연간 수주목표의 99.4%를 달성하는 등 경영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며 "도크가 마비되면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원청뿐 아니라 수많은 협력업체와 근로자에게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현존하는 불법 앞에서 노사의 자율적 해결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촉구했다.

경총 측에 따르면 2020년부터 이어진 하청지회의 불법파업으로 올해만 협력사 일부가 폐업(2022년 6월 3개사, 7월 4개사 계약종료)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고, 하청지회는 22개 협력사와의 집단교섭과 총 5000시간의 근로시간면제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청지회의 이 같은 무리한 불법 농성에 같은 노동계마저도 등을 돌렸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지난 11일 파업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17일에는 본사 임직원과 가족, 거제 시민 3000여 명이 파업 중단을 촉구하며 옥포조선소 정문부터 오션프라자까지 이어지는 3.5km 길이의 인간띠를 만들었다.

이들은 '동료의 삶 파괴하는 파업 당장 중단해주십시오', '120명이 10만명의 생계를 막고 있습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하청지회 노조가 소속돼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방안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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