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중국옷이라는 中 게임, 급기야 이순신 장군까지?..선넘은 '문화공정'

김근욱 기자 2022. 7. 18. 18: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는 중국 게임 '역사 왜곡' 논란
국경 없는 모바일 게임.. 문화공정의 '무기'로
4399코리아가 퍼블리싱하는 '문명정복: Era of Conquest'. 광고에 이순신이 '중국 문명'으로 표기돼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한국에 출시된 한 중국 게임이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으로 표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중국 게임사는 "단순 편집 실수"라 해명했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날선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짚어야 할 점은 중국 게임의 '역사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엔 한국의 전통의상 '한복'을 중국 문화로 표기한 게임이, 지난 2021년엔 한국의 전통모자 '갓'을 중국 문화라 주장하는 게임이 등장했다.

업계는 중국이 아동·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게임'을 이용해 한국 문화를 중국 문화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문화 공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중국 게임은 한국에 자유롭게 진출하는데, 정작 국산 게임은 중국의 '벽'에 막혀 발조차 딛지 못하는 현실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한복 중국옷이라더니, 이순신도 중국 영웅?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게임 개발사 4399가 출시한 신작 모바일 게임 '문명정복: Era of Conquest'(문명정복)이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이라고 표기했다가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명정복은 Δ한국 Δ로마 Δ아랍 Δ일본 Δ중국 등 전 세계 8대 문명을 배경으로 이뤄지는 모바일 게임이다. 문명정복의 국내 서비스를 맡고 있는 '4399코리아'는 SNS에 게임 광고를 게시하면서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이라고 표기했다.

논란이 일자 4399코리아 측은 18일 오후 공지사항을 통해 "일부 광고에서 문명과 영웅의 명칭이 잘못 기재됐음을 확인하고 즉시 삭제 조치했다"며 "광고 이미지 제작 중 발생한 단순 편집 실수다"고 해명했다.

페이퍼게임즈 샤이닝니키 '품위의 가온길' 의상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는 '역사 왜곡'

중국 게임사의 '역사 왜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잊을만하면 해마다 반복되는 논란에 이용자들은 "실수가 아닌 의도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동북 공정'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게임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0년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출시한 옷 입히기 게임 샤이닝니키는 한국 진출을 기념하면서 '한복' 아이템 의상을 선보였다. 이에 중국 이용자들 사이에서 "한복은 중국 것이다"고 반발 여론이 생기자, 해당 게임사는 한복 아이템을 파기·회수 조치하고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사실상 한복은 중국 문화라고 인정한 셈이다.

지난 2021년 중국 게임 '스카이: 빛의 아이들'은 게임에 '갓' 아이템을 출시하면서 한국의 '역사 모자 갓'(historical hat from Korea Gat)이라고 표기했다. 이를 본 중국 이용자들이 "갓은 중국 의상이다"고 반발하자, 해당 게임사 대표는 개발사 댓게임컴퍼니의 제노바 첸 대표(중국 국적)는 "중국의 문화가 아시아 전체, 세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며 "모자를 만들며 중국적인 요소를 많이 참고했다"고 해명했다.

중국 게임이 한복을 중국문화로 만드는 '한복공정'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치권에선 역사 왜곡 게임을 사전에 방지하는 일명 '동북공정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실효성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 제대로 된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아동, 청소년에게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 게임은 잘못된 역사의식과 문화를 확대·재생산할 우려가 있다"는 법안의 취지는 큰 공감을 얻어 냈다.

◇ 中 게임은 '승승장구', 韓 게임은 '빗장'

이처럼 역사 왜곡 논란은 중국 게임이 한국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는 민감한 상황에서 발생해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18일 모바일 순위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 미호요가 출시한 '원신'은 구글플레이 매출 4위를, 중국 게임사 37모바일게임즈가 출시한 '히어로즈 테일즈'는 7위에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Δ라이즈오브킹덤즈(11위) Δ헌터W(13위) Δ기적의검(16위) Δ천애명월도(19위) 등 다수의 중국 게임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 포진해있다.

반면 국산 게임들은 중국 정부가 친 벽에 막혀 중국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 이후 중국 정부는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 2017년 이후 한국 게임사가 받은 판호는 2020년 1건, 2021년 2 건 등 총 3건뿐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게임의 역사 왜곡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면서 "현재 중국 게임이 한국에 쏟아지듯 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 왜곡 논란 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은 한국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데, 정작 한국 게임은 진입조차 못하는 문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kge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