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 공식화..무늬만 친환경 우려

김윤주 2022. 7. 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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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한 유럽연합(EU)처럼 원전 안전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무늬만 녹색'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국내 기업들이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때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안전 기준(고준위 방폐장 확보·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등)을 맞춰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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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업무보고
환경부, 7개월만에 입장 뒤집어
원전안전기준 강화 밝혔지만..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겠다"
환경단체 "녹색위장행위" 비판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새정부의 환경부 업무보고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한 유럽연합(EU)처럼 원전 안전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무늬만 녹색’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켜, 금융권의 녹색 투자를 유인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으로, 유럽연합 그린 택소노미의 한국판이다. 이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지침서로 활용된다. 또한 환경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지키되, 부문별 감축목표를 재설계해 원전의 역할을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초미세먼지 농도 30% 감축, 광역상수도 물값 동결, 4대강 보의 활용성 높이는 방안 마련 등의 방침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과학에 기반한 합리적 환경 규제를 당부하고, 산업계 현실을 감안한 환경 정책을 주문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탄소 중립 목표치를 유지하되 산업경쟁력 과학기술 면밀히 설계하기 바란다”며 “미세먼지, 급수 불안, 수돗물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환경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께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발표하고, 9월께 이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확정하며 원전을 제외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선 직후 꾸려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겠다고 밝혀왔다.

한화진 장관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할 때,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럽연합에서 부여한 안전기준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의회는 지난 6일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로 결정하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확보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최신 안전기준 적용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운영을 위한 세부 계획을 세우고, 2025년부터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한 장관은 “우리나라도 고준위 방폐장, 사고 저항성 핵연료 등을 포함할 계획이지만, 국내 상황을 고려해 (유럽연합보다) 적용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며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은 부지 선정부터 절차가 진행돼야 해 이것도 포함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그린워싱’(무늬만 친환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유럽은 고준위 방폐장 문제를 공론화해왔고, 핀란드처럼 이를 실제 건설한 나라도 있다”며 “한국은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뿐 아니라, 사회적 공론화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대로라면 2050년 이후에도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하기 어려운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것은 원전을 녹색산업으로 둔갑시키는 녹색위장행위”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어 “사고 저항성 핵연료는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이고, 고준위 방폐장 역시 수십 년 째 건설을 둘러싸고 격한 사회적 갈등만 유발된 채 해법이 없었다”며 “환경부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방안을 ‘과학적이고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과제로 표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 수준의 안전기준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것은 경제성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국내 기업들이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때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안전 기준(고준위 방폐장 확보·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등)을 맞춰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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