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곳이 곧 사무실.. 시공간 뛰어넘는 '근로의 뉴노멀' [한국, 새 길에 서다]
주 4회는 출근·거점오피스 근무·재택 중 선택
일주일 한번 팀 전원 사무실서 오프라인 업무
한화시스템 "원격근무 인프라 활용도 높아질것"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출근 병행 근무 증가
'뭉친데이''리모트오피스' 新근무방식 잇단 도입
"출퇴근 스트레스 벗어나" vs "소통 부재 아쉬워"
#. 한화시스템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평일 5일 중 4일을 다른 곳에서 근무한다. 재택, 여의도, 판교, 불광 등 집과 거점 오피스 중 하나를 선택해 어디든 출근할 수 있다. 그렇다고 팀원들을 아예 못 만나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팀 전원이 본사에 출근해 팀워크를 다진다. 팀원들을 많이 못 만나지만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거점 오피스에서 진행할 수 있는 화상회의 덕분이다. 통근시간이 줄어든 A씨는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집 책상에 앉아 회사가 제공해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근무를 시작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재택·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주일에 일정 횟수를 정해놓고 재택을 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아예 '스마트워크'를 도입해 운영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뭉친데이' '리모트 오피스' 등 새로운 방식을 채택해 운영하고 있는 곳도 일부 있었다.
■주요 대기업, 하이브리드 근무 시행
18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LG, 한화시스템 등 다수 기업들은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사무실 내 재택을 최대 50% 유지하고 있다. 최대 비율을 50%로 정해놓고 부서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미운영했던 업무 셔틀버스도 정원의 50% 수준으로 재개했다.
LG전자는 5월 중순부터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 내용에 맞춰 회의와 회식 인원수 교육 및 행사 인원수 제한을 해제했다. 또 사내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을 정상운영하는 등 완화된 방역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택근무도 자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아예 스마트워크 방식을 도입, 업무환경을 기존 대면 중심에서 비대면·디지털 방식으로 바꾼 곳도 있다. 한화시스템 ICT 부문은 2020년 9월 말부터 스마트워크 체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주 4회 이내로 주 근무지 출근, 거점 오피스 근무, 재택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할 수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은 팀 전원이 사무실에 출근해 오프라인 업무를 한다. 한화시스템은 ICT 부문 주요 근무지인 여의도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 '거점 오피스'를 4곳 더 운영 중이다. 총 5곳의 거점 오피스는 직원들의 거주지 데이터를 토대로 마련됐다. 해당 방식은 한화그룹 계열사 중 최초로 시행됐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향후 원격근무 인프라의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클라우드 기반 업무환경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방산, 조선, 배터리 업계 등 다양한 곳에서 하이브리드 근무가 진행되고 있다. LIG넥스원은 현재 부서장의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부서장이 각 부서의 업무 특성 및 생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실시 인원 및 횟수를 자율적으로 판단해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도 일정 비율 수준으로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조선해양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부서별 최대 재택 비율을 10%, 30%로 정해놨다. 각 비율에 맞춰 유동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과 사무실로 출근하는 사람을 정한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두산밥캣, 현대건설기계 등 재택과 회사 출퇴근 병행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몸에 발열이 있거나 이상 증상이 있으면 재택을 권고하는 곳도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뭉친데이' '리모트 오피스' 등 새 방식 도입 기업 늘어
하이브리드 근무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방법의 근무방식을 도입한 곳도 있다. 국내 배터리업체 SK온은 현재 개인 선택 및 부서장 자율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하이브리드 근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뭉친데이'도 진행 중이다.
뭉친데이는 말 그대로 같은 부서원들끼리 '뭉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각 부서마다 한 주에 하루씩을 정해 회사 내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사 애플리케이션으로 사내 특정 구역을 정하고 인사팀에 요청해 승인을 받으면 그 구역을 일정 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그날 근무할 좌석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강제성이 있지 않으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SK온은 뭉친데이 때 집에서 근무하고 싶은 직원은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사내 직원들의 반응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SK온 관계자는 "구성원 수가 월평균 100명가량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직원이 재택이나 유연근무를 하게 되면 보고, 듣고, 적응하는 데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며 "입사 초반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 데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도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파일럿 형식으로 시행하던 '리모트 오피스' 제도의 시범운영을 마치고 올해 4월부터 정식 도입에 들어갔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본사 근무가 필요하지 않은 날 거주지 인근 사무실에서도 근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출퇴근 부담 및 에너지 소모 감소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 경감 △회사생활 만족도 향상 △개인별 업무 집중도 향상 △자기 주도적 업무 수행 역량 강화 △업무시간 외 출퇴근 시간 절약 △자기 계발 활용 등을 취지 및 기대효과로 뽑았다.
두산그룹 직원들은 현재 분당두산타워, 두산그룹연수원 연강원, 구로디지털단지역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등에서 근무가 가능하다. 리모트 오피스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은 양식에 맞게 신청서를 적어내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상당수는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실제로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 A씨는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점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에서 사람이 너무 많아 겪는 불편함이 사라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출퇴근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업무시간 집중도가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통부재라는 아쉬운 점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직원 B씨는 "확실히 대면으로 (업무)할 때보다 불편한 점은 있다"며 "특히 중요한 연락이 안 될 경우 답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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