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하고, 4대강 보는 계속 활용..환경부 대통령 업무보고
환경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4대강 보를 계속 활용하고,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핵심과제에 포함시켰다. 원전·4대강 등 기존에도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빚어온 사안들을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추진하면서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의 더 큰 반발이 예상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환경부의 새 정부 핵심 추진과제를 18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한 장관은 업무보고에 앞서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시한 기자 브리핑에서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켜, 금융권의 녹색투자를 유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산업계의 현실을 감안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환경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과학에 기반을 둔 합리적 환경 규제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탄소 중립의 목표치는 유지하되 구체적인 부문별·연도별 로드맵은 산업 경쟁력과 과학기술,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면밀히 설계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란 친환경·저탄소 등 녹색 경제활동에 대한 원칙·기준으로, 유럽연합 그린 택소노미의 한국판이다. 즉, 이 목록에 원전이 들어간다는 것은 정부가 원전을 친환경발전으로 본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달 말~8월 초 사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초안을 발표하고,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9월 중으로 원전의 포함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란 친환경·저탄소 등 녹색 경제활동에 대한 원칙·기준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달 말~8월 초 사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초안을 발표하고,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9월 중으로 원전의 포함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한 장관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킬 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럽연합(EU)에서 부여한 안기준을 토대로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이 언급한 EU의 안전기준의 핵심내용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과 ‘사고 저항성 핵연료 적용’ 등으로, 모두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실현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앞서 지난 6일 EU 의회는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조건과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걸었다. 입지 선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국내에서는 당분간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다.
한 장관은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확보 시점과 관련한 질문에 “적용 시점에 대해서는 국내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과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면서 EU가 제시한 연도보다 국내에서는 늦은 시기를 적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마련을 안전기준으로만 적용해 놓고, 확보해야만 하는 시기는 2050년보다 먼 미래로 미뤄둔 채 현행 그대로 원전을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현실적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또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지키되, 부문별 감축목표를 재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문별 감축목표 가운데 원전의 역할을 늘려 석탄화력발전 등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를 줄이고, 이를 통해 생긴 여유분을 산업과 건물·폐기물 부문에 안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원전을 늘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편익을 온실가스 대량 배출 산업체들의 감축 부담을 덜어주는데 이용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서 원전이 핵심수단으로 부각하고 있는데 신규원전은 건설기간상 단기적인 감축에 도움이 안 되고,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은 안전 문제와 고준위 폐기물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정부가 NDC와 관련해 석탄화력발전 폐기나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대한 언급은 없이 오로지 원전을 대안으로 삼는 것은 사실상 NDC 달성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또 4대강 보에 대해서는 “수질·생태·이수·치수 등 다양한 항목들을 종합적·과학적으로 분석해 기후위기에 대응한 보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농번기·가뭄 등 물 이용이 필요할 때는 수위를 유지하고, 녹조가 발생하는 등 물 흐름이 필요할 때는 탄력적으로 개방한다는 것이다. 다만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4대강 보의 존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해체하느냐 하지 않냐를 정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의 국지적 홍수와 가뭄 등에 4대강 보는 완전한 장애물”이라며 “박근혜 정부부터 만들어진 조사 보고서와 감사원 감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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